그러나 기름진 설음식을 평소보다 많이 먹다보면 소화능력이 약한 어린 아이의 경우 배탈이 나기 쉽다. 게다가 설은 겨울에 있어 이 시기 유행하는 노로바이러스 장염에 걸리기 쉬워 타지에서 설사와 구토 증세로 더욱 고생하기 쉽다. '장염'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을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김원영 교수에게 알아봤다.
◇아이들의 장염…탈수 진행여부 확인해야=어린 아이들은 발열과 설사 없이 구토만 짧은 시간에 몰아서 하다가 다음 날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큰 아이들이나 어른이 옮을 경우 고열과 설사를 할 수 있어 보호자도 아이를 만진 후 손을 바로 씻는 등 접촉에 주의해야 한다. 만약 아이의 설사가 멈추지 않는다면 탈수 진행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심한 탈수일 경우 혀가 건조하며 거칠고, 복부 피부탄력도가 떨어져 접힌 피부가 빨리 펴지지 않는다. 이 경우 반드시 병원에 내원해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장염 예방의 제1수칙, 철저한 위생관리=설 연휴 장염 예방의 지름길은 철저한 위생관리다. 설날에 음식이 상할 일은 기온이 비교적 높은 추석보다는 적지만, 설 연휴 응급실에 방문한 환자 통계를 보면 장염 환자가 꽤 많다. 주로 음식이 원인이기 때문에 음식을 조리할 때 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 외출을 하고 돌아오면 손 씻기가 필수다. 손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맨 손으로 음식 조리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황색포도상구균의 오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절 음식과 조리도구는 △조리한 음식과 익히지 않은 음식은 같이 보관하지 않는다 △재가열한 음식이 또 남은 경우 쉽게 상할 수 있으니 과감히 버린다 △세균은 주로 섭씨 40~60도에서 번식하므로 음식 보관은 4도 이하에서, 조리는 60도 이상에서 한다 △상하기 쉬운 음식은 바로바로 냉장 보관한다 △기름기가 많이 묻은 행주는 틈틈이 빨아서 깨끗하게 사용한다 △도마에 음식물에 많이 묻은 경우 철저히 닦고 건조시킨 뒤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치료에는 물과 수액 공급이 최우선=장염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치료는 충분한 수액 공급이다. 대부분 물을 마시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또 다양한 이온 음료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데, 물에 비해 흡수가 잘 되므로 좋은 수액 제제이다. 지방 함유량이 높거나 양념을 강한 음식과 유제품은 설사를 조장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 코코아, 콜라도 마찬가지이며, 술은 당연히 금해야 한다. 그리고 위장을 자극할 수 있는 신 음식, 과일, 찬 음식도 피하도록 한다. 장염에 걸리면 물조차도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장염은 설사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체내에서 수분이 많이 소실되는데 만약 수분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는다면 탈수로 이어질 수 있다.
장염으로 인한 설사는 매우 성가시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지사제로 설사를 빨리 멈추고 싶어 한다. 하지만 고열 및 혈변을 동반하지 않은 경한 장염에서는 대증적으로 지사제를 사용해볼 수 있으나 혈변이나 고열을 동반한 심한 장염에는 지사제를 사용할 경우 질병의 이환기간이 길어질 수 있고 또한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추천되지 않는다. 따라서 다소 불편하더라도 경한 증상의 장염이 있을 경우에는 부족해진 수분이나 영양소 등을 공급하는 게 우선적인 치료방법이다.
원인 미생물 종류에 따라 복통, 설사 같은 장염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이 다양하다. 빠른 경우에는 오염된 음식을 섭취하고 2~3시간 후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경우 특별한 질환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치료 없이도 대부분 수일 내에 회복된다.
다만 △심한 복통을 동반하면서 어지러워 몸을 지탱하기 어려울 경우 △체온이 섭씨 38도 이상으로 열이 나면서 어지럽고, 이러한 증세가 48시간 이상 지속될 경우 △변이나 토사물에 혈액이 보일 경우 △마비 증상이나 복시, 호흡곤란, 사지무력감 등의 증상이 보일 경우 △평소 간질환이 있거나 알코올 중독이 있는 사람이 어패류를 먹은 후 오한과 열이 나고 의식이 흐려질 경우 반드시 병원에 내원해야 한다. 또, 심장, 신장, 간 질환 등과 같은 만성 질환을 갖고 있으면 빠른 시일 내에 항균제 처방 등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유아 및 노인에서 잘 낫지 않고 패혈증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잘 관찰해 바로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