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상속] ‘노노(老老)상속’, ‘솔로충(充)’ 시대

입력 2020-01-2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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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老老)상속’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가. 말 그대로 노인이 노인에게 상속을 한다는 뜻이다. 고령화로 노인인 부모가 노인인 자녀에게 상속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부모님이 90세까지 사신다고 하면 그때는 이미 자녀도 60세 이상 노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노노상속이라는 말은 우리나라보다 고령화 문제를 먼저 겪고 있는 일본에서 1990년대 이후 나왔다. 2017년 우리나라 국세통계에 따르면 과세 대상 상속건의 피상속인(상속을 해주는 사람) 중 51.6% 정도가 ‘80대 이상’이었다. 이는 약 20년 전인 1998년 일본의 피상속인 연령 구성비(80대 이상 46.5%)와 유사한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 2013년에는 피상속인 중 68.3%가 80대 이상이었고, 그중 90대 이상이 23.7%에 달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점차 피상속인 중 80대 이상 고령의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노상속이 늘어남에 따라 일본에서는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자산이 젊은 사람들에게 이전되지 않고 노인들 사이에서만 머물게 돼 사회 전반적으로 소비, 투자가 감소했고, 치매 등으로 인해 자산이 동결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고령 시기 자산의 운용 기간이 길어지는 데다가 일본의 장기 저금리 기조, 고령자의 안정 추구 성향 등이 겹쳐, 일본에서는 현금을 집안에 쌓아두는 이른바 장롱 예금 현상이 나타났다. 2019년 1월의 장롱 예금 규모는 약 50조 엔으로 총 발행 현금(100조 엔)의 절반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고령의 자산 소유주가 치매 등에 걸리면 자산 인출이나 처분이 불가능하게 돼 실질적으로 자산이 동결되는 문제가 생기는데, 일본 언론에서는 이를 ‘치매 머니’라고 부른다. 2017년 기준 일본의 치매 머니는 143조 엔에 달하며, 2030년에는 215조 엔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40%에 이르는 규모다.

이러한 노노상속의 부작용 때문에, 일본 정부는 젊은 세대에게 자산 이전에 원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손자에 대한 증여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손자에게 교육자금, 주택취득자금, 육아ᆞ결혼ᆞ출산 자금 증여를 할 때 일정한 한도 내에서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이러한 노노상속으로 인한 부작용을 깊게 고민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고민이 분명히 필요하고, 일본의 사례는 참고할만하다.

'솔로충(充)'이라는 말은 들어보셨는가. 솔로로 혼자 지내는 시간을 충실히 즐기는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여기서 충은 벌레(蟲)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충(充)실하게 보낸다는 의미이다. 일본에서는 1인 가구의 비율이 2017년에 이미 35%를 넘었다. 유럽의 경우는 더 많은데, 스웨덴은 1인 가구 비율이 56.5%였고,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독일 등은 이미 40%를 넘었다. 우리나라도 1인 가구 비율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1인 가구의 경우 상속을 받을 배우자, 자녀가 없는 경우가 많고 부모님도 돌아가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리 증여를 해두거나 유언장을 써두지 않으면 생전에 특별한 교류가 없었던 형제자매나 4촌 이내 친척들이 상속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1인 가구의 경우 상속에 관한 준비를 일찍부터 잘해둘 필요가 있다.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같은 사회 구조 변화는 상속 문제에 있어서도 여러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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