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유승민계 의원들, 안 대표와 친하다는 의원들이 저를 내쫓으려고 한 얘기와 똑같다. 그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안 전 의원은 지난 27일 손 대표와 만나 당 지도부 개편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할 것과 비대위원장직을 자신에게 맡기거나 전당원투표를 통해 선출할 것을 제안하며 이튿날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자신에게 당권을 넘겨달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손 대표는 “미래세대를 주역으로 내세우고, 안철수와 손학규가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자”고 말했다. 이는 안 전 의원이 제시한 방안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손 대표는 안 전 대표가 의견을 전달한 방식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손 대표는 “당 대표실에 와서 만난다는 것이 정치적인 예의 차원인 것으로 생각했지, 많은 기자, 카메라를 불러놓고 저에게 물러나라고 하는 일방적 통보, 언론에서 말하는 소위 ‘최후통첩’이 될 것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라며 “개인 회사의 오너가 CEO를 해고 통보하듯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가 창당했으니 내 당이다 이런 생각을 만약에 한다면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손 대표는 안 전 의원과의 비공개 회동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손 대표는 “(안 전 위원장이) 본론을 말하는 것은 약 2~3분에 지나지 않았다”며 “안 대표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안 대표는 비대위 구성을 제안했고 내가 비대위를 누구에게 맡길 것이냐고 물으니 '제게 맡겨주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 입장을 말하려고 하자 지금 답하지 말고 내일 의원들과 오찬 전까지 답해달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이와 관련해 손 대표는 “제가 기대했던 것은 당의 미래를 걱정하고 힘 합칠 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저의 퇴진을 말하는 비대위 구성을 요구하고 위원장은 자기가 맡겠다 하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며 “과거 유승민계 의원들이 했던 얘기와 전혀 다른 부분이 없었다. 그들도 나를 내쫓으려 전당대회, 재신임 투표 등을 말하고 왜 지도체제 개편을 해야 하는지, 왜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하는지 설명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서는 손 대표가 지난해 말 ‘안 전 위원장이 귀국하면 모든 권한을 넘기겠다’는 취지로 말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손 대표는 "물러난다고 말한 적이 없다. 전권을 내려놓겠다는 말을 썼는지 모르겠는데 당을 위해, 총선 승리를 위해 최대한 권한을 주겠다 그 말이었다"고 밝혔다. 재신임을 묻는 전 당원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손 대표는 "당권 투쟁을 위해 ‘손학규 나가라’ 수단으로 전 당원투표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계은퇴를 하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 연수 갔다가 돌아와서 1995년 정치에 복귀하면서 ‘백의종군’으로 조순 서울시장을 당선시켰다. 김 전 대통령은 '헌신의 리더십'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언급했다. 이는 안 전 의원의 ‘2선퇴진’을 요구한 것으로 읽힌다. 손 대표는 “위기에 처한 바른미래당을 살리는 길은 헌신의 리더십”이라며 “이는 안 전 의원에게도 해당하는 정치 리더의 덕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