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우한폐렴에 초비상' 제주도 곳곳엔 마스크 행렬

입력 2020-01-29 15:39 수정 2020-01-2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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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7시 경 제주국제공항. 마스크를 착용한 관광객들이 눈에 띈다. (남주현 기자 jooh@)
▲28일 오후 7시 경 제주국제공항. 마스크를 착용한 관광객들이 눈에 띈다. (남주현 기자 jooh@)

“안쪽 깊은 방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저쪽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 자리입니다.”

27일 오후 찾은 제주시 한 유명 흑돼지 전문점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평소 대기 시간이 최소 1시간이 넘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곳이었다. 찾아가려던 식당마다 명절 휴점이라 수차례 통화 끝에 겨우 문 연 곳을 찾은 터였다. 지난 몇 년간 명절 연휴 기간에 제주를 수차례 방문해 봤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메인 홀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절반 정도만 차 있었다. 직원이 우리 일행을 안내한 곳은 홀에서 멀리 떨어진 방이다. 한국인 서빙 직원은 ‘서비스’라며 항정살을 내왔다. “이럴 때 찾아와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며 흐리는 말 끝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내국인 손님이 줄어들까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실제 제주 상인들은 우한 폐렴이 ‘제2의 메르스’ 사태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중국인 등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 방문까지 줄며 제주 경제가 타격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상인들의 근심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반대로 내국인 방문이 끊어질지의 여부다.

관광객들로 가득한 곳도 있긴 했다. 이날 저녁 방문한 제주동문전통시장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여행 코스 중 한 곳이다. 먹거리 노점상으로 가득한 8번 출구 쪽에는 중국인을 비롯한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단체 중국인 관광객들로 보이는 이들은 버스를 기다리며 닭꼬치와 문어빵 등 주전부리를 손에 쥔 모습이었다.

내국인도 많았다. 하지만 평소와 달라진 모습은 대부분 마스크 행렬이라는 점이다. 서울에서 명절 가족여행을 왔다는 이모(39) 씨는 “중국어가 들리면 나도 모르게 마스크를 올려 쓰게 된다”며 “인터넷에 어디에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들르는지 검색해 그 곳을 제외하고 관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내 공간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돌고래쇼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시장이나 목장 등 외부 공간보다 훨씬 많아 보였다. 남자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려는 세면대 대기줄이 소변기 줄보다 더 긴 점도 이례적이었다. 손잡이 등의 시설을 만지지 못하게 어린아이들의 손을 단속을 하는 어른들의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중국 우한시에서 체류하던 중국인 제주 관광객이 폐렴 의심 증상으로 분류됐다는 소식이 들린 28일에는 바이러스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더욱 두드러졌다. 사전에 휴업 안내를 하지 않고, 급하게 문을 닫은 음식점도 생겼다. 매주 월요일에 문을 닫는 한 제주 토속음식점은 화요일인 28일에도 휴무를 이어갔다. 식당 주인은 “날씨도 안 좋고, 분위기도 그래서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들어서는 이 중국인 환자가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그런데도 저녁 식사 시간에 찾은 전복 요리 전문점 역시 평소와 달리 한가했다. 이 식당 인근에는 중국인 전용 숙소가 많아 중국어 간판이 자주 눈에 띈다. 중국인들이 주로 찾는 누웨마루거리(구 바오젠거리)와도 멀지 않다.

같은 날 늦은 저녁 제주공항 대합실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을 찾는 게 더 쉬울 듯했다. 티케팅 부스를 비롯해 상점 내 종업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과 내국인 관광객들 대부분도 우한 폐렴을 경계하며 마스크를 썼다. 흡사 영화 ‘감기’의 한 장면이 연상될 정도였다. 치사율 100%의 유례없는 최악의 바이러스가 한국을 덮친다는 스토리로 2013년 개봉한 영화다.

한편, 이번 춘제 기간(24~27일) 제주에는 당초 중국인 관광객 1만4394명이 입도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우한 폐렴 우려 등으로 38.2% 줄어든 8893명이 들어온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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