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두 번째 분당 사태를 맞았다. 2018년 2월 유승민 의원과 함께 바른미래당을 만든 안철수 전 의원이 29일 탈당을 선언하면서다. 16개월 만에 정계에 복귀한 안 전 의원은 당초 바른미래당을 발판 삼아 4ㆍ15 총선에서 두각을 나타낼 계획이었지만, 손학규 대표와의 당권싸움이 여의치 않자 당을 떠나 신당을 창당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안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통한 마음으로 바른미래당을 떠난다”며 “당을 재창당하려 했지만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안 전 의원은 “어제 손학규 대표의 기자회견 발언을 보며 저는 당 재건의 꿈을 접었다”며 27일 손학규 대표에게 제안했던 당 재건 방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안 전 대표의 제안은 사실상 ‘당권을 넘겨 달라’는 요구였다. 손 대표는 이튿날인 28일 거절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안 전 의원과 손 대표 사이에는 마지막까지 ‘감정의 골’이 깊었다. 전날 손 대표는 안 전 의원을 겨냥해 “당의 운영을 개인 회사 오너가 회사를 운영하듯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안 전 의원도 이날 탈당 기자회견에서 “(바른미래당은) 희망과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는 정당이 됐다”며 “소속 의원 개개인의 높은 역량은 기성 정치질서에 묻혀 버렸다”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기성 정치질서’라는 표현을 통해 손 대표를 간접 비판한 것이다.
4ㆍ15 총선까지 77일밖에 남지 않은 만큼 안 전 의원은 곧바로 신당 창당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부분이 비례대표로 구성된 바른미래당 ‘안철수계’ 의원들은 곧바로 안 전 의원을 따라 집단 탈당 행렬을 만들기 어려울 전망이다. 비례대표는 당의 제명 없이 당적을 옮길 경우 의원직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과거 바른미래당 합류를 거부했던 이상돈, 박주현, 장정숙 의원처럼 바른미래당 당적을 유지한 채 사실상 다른 당에서 활동할 가능성이 있다.
안 전 의원의 탈당으로 바른미래당은 2018년 2월 창당한 지 1년 11개월 만에 두 번의 분당 사태를 맞게 됐다. 특히 ‘공동 창업주’인 유승민 의원과 안 전 의원까지 당을 떠나면서 사실상 ‘공중분해’ 상태에 놓였다는 관측이다. 앞으로 ‘호남계’ 의원들이 현 지도부와 결별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이탈 가능성도 점쳐진다. 호남계 의원들이 독자 행보에 나선다면, 대안신당ㆍ민주평화당 등 호남 기반 정당과의 통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