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DLF 사태 손태승·함영주 '중징계'…차기 회장 구도 '시계제로'

입력 2020-01-30 21:19 수정 2020-01-3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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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직 유지하려면 행정소송 카드 유일…"당국과 날세우기 부담스러울 것"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뉴시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뉴시스)

'행정소송이냐, 차기 회장 포기냐.'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손실 책임으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꺼낼 수 있는 카드다.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지주사 전환 이후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몸집을 불리던 손태승 호(號)가 2기를 앞두고 시계제로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은 30일 오후 유광열 수석부원장 주재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지난해 발생한 DLF 사태 책임을 물어 손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게 각각 ‘문책경고’ 결정을 내렸다.

임원이 문책 경고를 받으면 연임은 물론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지난해 만장일치로 차기 회장 단독 후보에 오른 이후 3월 주주총회 의결만을 앞둔 손 회장 연임에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가장 중요한 건 효력 발생 시기다. 이번 제재심은 임원과 기관 제재가 함께 내려졌다. 그런데 기관 중징계나 과태료 부과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의 의결이 필요하다. 결과는 함께 통보된다. 만약 정례회의가 주총 이후 열린다면 손 회장 연임은 문제가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국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은행장에게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금융당국은 DLF 사태에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국민적 관심이 쏠려있는 만큼, 회의가 한 달 이상 지연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 경우 손 회장이 꺼낼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행정소송이다. 소송전에 들어가면 승패와 상관없이 '시간 끌기'는 가능하다. 최근 법원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폭넓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은 손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재작년 삼바 사태 당시에도 법원은 제재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일각에서는 적극적으로 소송에 나선다면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2009년 금감원은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에게 우리은행장 재직시절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1조 원대 손실을 낸 이유로 중징계에 해당하는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황 회장은 곧바로 행정소송을 걸었고, 법원은 '법규를 위반하지 않았는데도 중징계를 내린 건 부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법원의 힘을 빌리면 금융당국과 전면전을 선포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우리금융에는 부담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송전에 들어가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황 전 회장은 그 일로 KB금융 회장직에서도 자진사퇴 했다"며 "올해 우리금융은 증권ㆍ보험사 인수를 계획하고 있는데,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금융보다 여유가 있기는 하지만, 하나금융 역시 차기 회장 구도 재편이 불가피하다. 함 부회장은 김정태 회장을 이을 차기 수장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임기가 끝나 올해 말까지 임기가 1년 연장된 상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 임기가 내년 3월 끝나는데, 차기 회장 1순위로 거론되던 함 부회장이 밀려난 만큼, 수장에 도전하는 잠룡들의 물밑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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