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도의 세상 이야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와 다보스포럼

입력 2020-01-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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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회장 (서울대 객원교수)

매년 1월이 되면 경제계는 CES(소비자가전전시회)와 다보스포럼을 주목한다.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전시회인 CES는 미국 서부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에서 1월 초에 개최된다. CES가 기업들이 그해 신상품을 일반에게 공개하는 장소라면, 다보스포럼은 1월 하순에 스위스의 외딴 스키 리조트에서 글로벌 리더들만이 모여 세계 경제 이슈들을 논의한다.

올해 CES는 한국 참관인들이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우리에게 관심이 컸으며, 그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 행보가 돋보였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전통적 TV, 디스플레이, 휴대폰 분야의 리더십을 지킨 한편, 하늘을 나는 자동차·드론 등 새로운 이동 수단을 공개하고, 중소기업들도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활용한 아이디어 제품을 많이 선보였다.

참여 기업 수가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전시회 기간 중 시내와 호텔은 참관단으로 북적댄다. 사막 한가운데 만든 도박의 도시인 라스베이거스가 전시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오락과 향락의 도시에서 사업 기회를 만들기 위해 비수기임에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 기간 중 이곳을 찾는 참관인을 위한 임시 비행편만 120편이 넘는다고 한다.

전시회 자체도 가전제품에서 시작하여 실리콘밸리의 IT 기술과 전통의 자동차, 의료제품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들이 기술혁신 제품들을 출품한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신제품들은 이곳에서 소비자의 취향을 확인해보고, 제품을 구매할 기업을 찾는 것이다. 또한, 많은 기업들이 기술과 소비 트렌드를 확인하고 새로운 제품에 대한 영감을 얻어 가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회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기보다는 IT, AI,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생활 전 분야에 활용한 제품들을 많이 선보였다. 신기술 자체보다는 이 기술들을 어느 기업이 어느 분야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는지의 경연장처럼 보였다. 인간에게 편리성과 즐거움을 주는 제품뿐만 아니라 환경이나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건강 분야에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둘째,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가전분야 전통 강자였던 소니가 자율주행차를, 구글은 자신들이 개발한 플랫폼을 자동차·의료 등 다른 분야에 적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그동안 첨단 테크기업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자동차, 중공업, 생활용품, 항공업계도 전통적인 제품이나 서비스에 신기술을 탑재하여 전시회에 참여했다. 현대차도 날아다니는 자동차와 이를 연계한 공간 시설을 보여줌으로써 더 이상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였다. 강점 분야보다 산업의 영역을 허물고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분야를 보여주어야 참관인들의 주목을 더 받는 느낌이었다.

셋째, 스타트업 전시관(유레카 파크)을 별도로 마련하여 중소기업 혁신의 경연장으로 만들었다. 또 프랑스, 대만, 이스라엘 등 각국 중소기업들이 자국의 국기 아래 함께 전시토록 하여, 어느 나라가 어떤 분야의 혁신을 이끄는지 평가하게 만들었다. 참가업체가 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CES의 또 하나의 상징이 되었고, 이들 업체를 수용하기 위해 전시관 확장을 계속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번에 400여 개에 달하는 스타트업들이 참가하여 양적인 면에서 큰 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많은 새로운 제품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윤리, 안전 등의 문제를 극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함도 느꼈다. CES가 미래에 벌어질 일을 상상해 전시하는 엑스포와 달리 비교적 단시일 내에 사업화가 가능한 제품을 위주로 하는 전시회인 만큼, 급속한 기술 진보의 과정에서 인류가 극복해야 할 과제도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자율주행차’일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2021년이면 완전한 자율주행기술의 상용화가 가능하리라 보았지만 여전히 실제 적용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보스포럼은 기술의 진보에 따른 일자리·환경 등 세계 경제가 마주할 과제는 무엇이고 정치·경제계 리더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그 담론을 모색하는 자리이다. 아마도 CES를 참관한 많은 기업인들에게는 다보스가 나름의 해법을 찾는 기회였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한 교육 시스템의 개선이나 기술이 인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정책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는 이번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인간이 기계에 지배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표했다 한다. 우리는 지금 기술의 진보를 사업화하기 위한 규제의 개선과 함께 이러한 기술이 인류에게 던지는 윤리적 과제를 극복할 법적, 제도적 장치를 준비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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