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멈춰야" vs "일본 불매와 다를 거 없어"…중국인 향한 엇갈린 시선

입력 2020-01-3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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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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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11번째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총력을 다해 대응하고 있지만, 사태가 커지면서 발원지인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정부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중국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이나 혐오,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일본 불매운동과 다를 것이 무엇이냐고 맞서고 있는 상황. 중국인을 향한 엇갈린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한 음식점 출입문에 '중국인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기도 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한 음식점 출입문에 '중국인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기도 했다. (뉴시스)

◇정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용 권고…하루 만에 뗀 '중국인 출입금지'

'우한 폐렴'이 명사화되자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명칭을 사용해달라고 권고했다. 지역명과 질병이 함께 들어간 이름이 널리 퍼지면 교민이나 여행객 등에게 낙인이 찍히고, 특정 집단이나 국가를 향한 혐오와 차별적 정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권고는 세계보건기구(WHO)에 근거하고 있다. WHO는 2015년 표준 지침을 정하면서 지리적 위치, 사람 이름, 동물‧식품 종류, 문화, 주민‧국민, 산업, 직업군 등이 포함된 병명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정부의 우려 만큼 중국과 중국인 차별을 경계하는 여론도 조성돼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조사 결과, 우한 폐렴이 아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사용하라는 권고가 '적절하다'라는 긍정평가가 52.5%를 넘었다. 적절하지 않은 권고라는 부정 반응은 31.8%다.

중국인 출입을 금지한 식당도 뭇매를 맞았다. 얼마 전 서울 중구 충무로의 한 음식점은 '중국인 출입금지' 안내문을 써 붙였다. 해당 음식점은 비판이 거세지자, 하루도 지나지 않아 안내문을 뗐다. 충무로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정지훈(31) 씨는 "모든 중국인 출입 금지는 과한 조치"라며 "관점에 따라 차별로 보일 수도 있어 신중했어야 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1020 남성들 "중국인 출입금지 찬성, 일본 불매운동이랑 뭐가 다른데?"

10~20대 남성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중국인 출입금지가 적절한 대응이라고 맞받았다. 불매운동을 위해 일본과의 교류를 끊는 것은 괜찮고, 생명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인을 멀리하는 것이 '혐오'냐는 논리다. 노재팬 포스터는 널리 사용했으면서, 노차이나 포스터가 도가 넘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형평성에 어긋났다고 주장한다.

서울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최모(22) 씨는 "노재팬, 일본불매는 우리나라 국민이면 꼭 해야 하고 당연한 것처럼 말하더니, 노차이나는 도가 넘었다는 반응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우리에게 경제 위기를 일으켰고, 중국은 생명과 건강에 위험을 초래했다. 경중을 따질 수 없다"라면서 "만약 일본에서 발생한 질병이었다면 또 한 번 일본 불매운동이 불붙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중국인 출입금지나 중국인 비판에만 유독 혐오나 포비아가 붙는 것 같다"라는 댓글도 올라왔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이들은 정부의 조처를 두고 중국과 정부를 함께 비판했다.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500만 달러를 제공하기로 하자 "중국에서 질병이 발생해 전 세계로 퍼지는데 우리 세금이 왜 거기로 들어가야 하는가"라고 반발하는 것. 결국, 정부의 정책적 결정이 맞물려 중국과 현 정부 비판에 가세하는 것이다.

◇해외도 '중국인 출입금지'…한국 교포 "아시아 인종차별로 이어질까 무서워"

중국인을 향한 싸늘한 시선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유사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일본의 한 식당을 찾은 중국인 여성에게 직원이 "중국인 나가라"고 소리 지리는 영상이 올라왔다. 이 직원은 "우리 식당 주인이 바이러스에 걸려 죽으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프랑스 외무장관은 학교들에 중국과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연기하라고 권고했으며, 파리의 한 고등학교는 이번 주 도착 예정이었던 중국인 학생들의 초청을 취소했다.

중국이 해외에서 환대받지 못하면서 다른 아시아인에게도 불똥이 떨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학교는 아시아계 학생들을 싸잡아 욕설하고, 노골적인 차별이 행해지고 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가 보도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학교에 다니는 김민수(27) 씨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인뿐만 아니라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해질까 걱정된다"면서 "일부 유럽인, 미국인은 한국ㆍ중국ㆍ일본인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데다, 구분하려고 하지도 않아 비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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