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석유사업의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40% 가까이 줄어들었다. 석유의 정제마진 악화와 화학 제품 스프레드 하락으로 주력 사업이 부진한 탓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269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6% 감소했다고 31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9조8765억 원으로 8.0% 줄었으며 당기순이익은 658억 원으로 96.1% 급감했다.
회사 관계자는 “석유, 화학산업의 전반적인 침체속에서 이 같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그동안 강력하게 추진해온 화학 사업, 윤활유 사업 등의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으로 뒷받침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업부별로 살펴보면 석유사업은 2018년 하반기부터 계속되어 온 정제마진 악화 영향으로 매출액 35조8167억 원, 영업이익 4503억 원을 기록했다.
화학사업은 매출액 9조5425억 원, 영업이익 7057억 원을 기록했으며, 윤활유사업은 매출 2조8778억 원, 영업이익 2939억 원으로 집계됐다. 석유개발사업은 매출 6687억 원, 영업이익 1961억 원을 거뒀다.
신규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배터리사업은 신규 수주에 따른 공장 증설, 연구개발 확대 속에서도 2018년 연간 영업손실 3175억 원보다 소폭 개선된 영업손실 3091억 원을 기록했다. 소재사업은 전년 대비 22.5% 증가한 106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4분기에는 매출액은 11조788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0% 감소했으나, 영업이익 1225억 원을 달성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다만, 석유개발사업 광구 손상에 따른 2888억 원 등 영업 외 손실이 5475억 원 발생하며 세전이익은 4250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4분기 사업부별 실적은 석유사업은 매출 8조4631억 원, 영업이익 1114억 원을 거뒀다.
디젤, 연료유 크랙(Crack)이 하락하는 등 정제마진은 약세였지만 유가가 올라가면서 재고 평가 이익이 늘어 전 분기보다 영업이익이 455억원 늘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고, 국제해사기구가 선박에서 사용하는 연료의 황함량을 규제하는 ‘IMO2020’을 시행함에 따라 디젤 수요가 늘어 수익성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학 사업은 매출 2조1632억 원, 영업이익 73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1863억 원 급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축소로 올레핀, 아로마틱 제품 스프레드가 낮아졌고 신규 설비 가동에 따른 공급 증가 때문이다. 올해에도 마진 약세 시황은 당분간 지속 되겠으나, 연중 PTA 설비가 크게 증설될 예정이라 이에 따른 PX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윤활유 사업은 작년 4분기 매출 6998억 원, 영업이익 869억 원을 거뒀다. 전 분기 899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환경규제 강화로 고급 윤활유인 그룹(Group) Ⅲ 기유 수요가 늘어나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석유개발사업은 지난해 4분기 1652억 원 매출에 412억 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페루 88, 56광구에서 운영 비용이 늘어나 전 분기보다 73억 원 줄었다.
특히 원유 및 가스 가격 하락 등의 이유로 영업 외 손익 항목에서 자산 손상을 인식했다.
배터리 사업은 납품을 위한 견본 비용과 연구개발비 증가로 영업이익 1124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또, 재고 평가 손실이 늘어 전 분기보다 697억 원 적자폭이 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수주 물량 증가에 맞춰 작년 말 중국과 헝가리에 공장을 완공했고 미국과 헝가리에도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고 있는 등 적극적으로 설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소재사업은 영업이익 234억 원을 기록했다. 정기보수에 따른 비용 등으로 전 분기보다 20억 원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 소재사업의 경우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는 공격적으로 이어갈 방침이다. 작년 4분기에 증평 공장 2개 신규라인이 양산에 들어가, 생산능력은 연간 3.6억㎡에서 5.3억㎡로 늘었다.
올해 3분기에는 중국에서 3.4억㎡ 규모 신규 생산설비가 양산에 들어갈 전망이어서 총 생산능력은 8.7억㎡ 규모로 크게 늘어나 매출과 수익이 개선될 전망이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경영 실적이 악화되었음에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은 물론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우선 주당 1400원의 기말 배당을 하기로 했다. 작년 7월 주당 1600원의 중간배당을 포함하면 연간 배당은 총 3000원이다. 이와 함께 5월초까지 약 5785억 원을 들여 발행주식수의 5%에 해당하는 462만8000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하기로 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최악의 경영환경 속에서도 딥체인지를 강력하게 실천해 회사의 사업구조, 재무구조 등 체질이 강해지고 있다”며 “올해는 강해진 체질을 바탕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물론, 이 어려움을 새로운 성장의 마중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