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손님 80% 빠졌다"...신종 코로나 직격탄 맞은 전통시장

입력 2020-01-31 17:00 수정 2020-01-3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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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장시장ㆍ남대문 시장 상인들 울상...며칠 새 재고만 쌓여

▲31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내 전 골목. (이지민 기자 aaaa3469@)
▲31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내 전 골목. (이지민 기자 aaaa3469@)

“점심이고 저녁이고 육회 골목에는 맨날 줄이 있어 그쪽으로는 다니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줄이 사라졌다. 시장 내 유동인구가 평소의 20%로 줄어든 것 같다.”

7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확인된 31일 오전. 점심시간을 앞둔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수제 강정을 파는 상인 김 모(55)씨는 신종 코로나의 여파를 절감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서울의 대표 전통시장인 광장시장과 남대문시장의 풍경은 신종 코로나가 할퀴고 간 흔적이 또렷했다. 오전 11~12시 광장시장에서는 내국인 손님 찾기가 쉽지 않았다. 시장 골목 골목에서는 중국어, 일본어만이 들렸고, 한국말을 하는 손님은 극소수였다

◇내ㆍ외국인 할 것 없이 발길 끊었다 = 광장시장은 이미 외국인 관광명소가 된 지 오래된 전통시장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내국인 손님 비중이 큰 여타 시장보다는 타격이 작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상인들은 적게 잡아도 평소보다 절반, 심한 데는 10분의 1토막으로 손님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광장시장 육회 골목 내 음식점에서 일하는 박 모(36)씨도 손님이 평소의 20%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육회는 일본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음식이다. 평일 낮에는 근처에서 일하는 회사원들의 인기 점심 메뉴기도 하다.

박 씨는 “외국인뿐 아니라 점심, 저녁 회사원 손님들도 확 줄었다”며 “광장시장이 중국인 방문 비중이 큰 관광명소다 보니 내국인들이 더 방문을 꺼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감으로는 2015년 메르스 때보다 훨씬 손님이 빠졌다”며 “언제 회복할지도 가늠할 수 없어 답답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박 씨 가게에서 2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수제 강정을 파는 김 씨는 며칠 새 쌓인 재고 물량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시식용으로 접시에 담아 둔 강정에 손을 대는 사람은 30분 동안 한 명도 없었다. 손님이 다가오자 김 씨는 “며칠 새 장사가 안돼 제품이 많이 남았다”며 서비스를 많이 얹어주겠다고 호객행위를 했다.

▲수제 강정을 파는 상인 김 모(55)씨가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
▲수제 강정을 파는 상인 김 모(55)씨가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

개업한 지 1년가량 됐다고 밝힌 김 씨는 아직 단골손님이 많지 않아 더 타격이 크다고 털어놨다. 그는 “건어물을 파는 옆집 같은 곳은 그나마 단골이 있다”며 “우리는 시식을 권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일단 먹지를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먹지 않으니 사지도 않아 며칠 새 재고만 쌓였다”고 부연했다.

서울 중구에 있는 남대문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만나는 상인마다 단골에 기댈 뿐이라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중앙상가 1층에서 속옷가게를 운영하는 심 모(68) 씨는 “명절 끝나면 원래는 엄마들이 용돈 받은 거 쓰러 나온다”며 “근데 지금 보다시피 손님이 없다”고 했다.

▲31일 정오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 한복판. (이지민 기자 aaaa3469@)
▲31일 정오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 한복판. (이지민 기자 aaaa3469@)

남대문시장 중앙상가의 경비원 강 모(65)씨는 상가 안쪽으로 가면 개시도 못하고 들어가는 상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6년 전부터 이곳에서 경비 근무를 한 그는 “반찬가게 같은 곳은 명절 뒤 매출이 일반적으로 줄지만, 이런 상가는 명절 끝나면 손님이 더 많아지곤 했다”며 “그런데 지금 상가 안쪽 가게로 갈수록 개시도 못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고 밝혔다.

◇감염 위험에도 마스크 쓰기 힘든 상인들 = 편의점, 카페, 백화점 등 가는 곳마다 점원들은 방역용 마스크를 쓰고 일하지만, 시장 내 상인들은 예외였다. 광장시장의 경우 상인회에서 전날 마스크를 상인당 1개로 지급했지만, 호객행위를 해야 하는 상인들은 마스크 쓰지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남대문시장은 아직 상인회 측 조치가 없었다. 이 때문에 광장시장 상인들보다 착용 비율이 훨씬 더 저조했고, 특히 남대문시장 상가 안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거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광장시장에서 만난 김 모(44)씨의 수입 과자 상점에는 전날 광장시장 상인총연합회에서 배포한 마스크 착용 권장 문구가 붙어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합시다’라고 쓰인 문구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가지 언어로 병기돼 있다. 상점 앞을 가로지르는 길 한복판에는 파란색 간이 테이블이 있고, 그 위에 손 세정제가 놓여 있다. 세정제 앞에도 ‘손을 깨끗이 씻고 마스크를 착용합시다’라는 문구가 4개 언어로 쓰여 있다.

김 씨는 전날 상인회에서 마스크도 주고 갔지만, 안 쓰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마스크를 쓰고 어떻게 시식을 권하겠냐”며 “손님들이 반감을 보일까 봐 못 쓰는 것도 있다”고 했다.

광장시장 전 골목에서 족발과 떡볶이를 파는 상인 박 모(81)씨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감염 위험을 우려하냐는 물음에 그는 “외국 손님이 대부분이어서 당연히 걱정된다”며 “시장 상인 중 한 명이라도 감염자가 나타나면 시장 전체가 마비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예방법도 딱히 없고, 정부에서 언제 잦아든다는 말도 없어 상인들끼리는 7월까지 간다는 이야기도 돈다”며 불안감을 표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은 발빠르게 움직인다는 계획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당초 방역용 마스크 10만개를 배정했으나 소진공의 요청으로 30만 개로 늘렸다.

소진공 관계자는 "마스크 30만개를 배정 받았다"며 "62개 지역센터에서 직원들이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에 마스크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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