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요금, 처음으로 주택용 전기요금보다 비싸져

입력 2020-02-02 09:52 수정 2020-02-0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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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소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역성장

▲한국전력 본사 전경 (노승길 기자)
▲한국전력 본사 전경 (노승길 기자)

지난해 산업용 전기요금이 사상 처음으로 주택용 전기요금보다 비싼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또한 에너지소비도 외환위기·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2일 한국전력과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용 전기요금이 처음으로 주택용 전기요금을 웃돌았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105.8원으로 주택용 전기요금(104.8원)보다 1.0원 더 비쌌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10년 76.7원으로 주택용 전기요금(119.9원)의 63.9%였지만, 점점 격차를 줄이다가 약 10년 만에 뒤바뀌었다.

이와 함께 에너지소비도 외환위기·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2019년 1∼10월 최종 에너지소비는 1억9040만TOE(석유환산톤·잠정치)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6% 줄었다. 상반기 실적을 토대로 추정한 연간 소비량은 전년보다 0.9% 줄어든 2억3060만TOE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에너지소비가 감소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8.6%)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6%) 이후 처음이다. 감소 폭은 외환위기 다음으로 크다.

용도별로 보면 지난해 1∼10월 기준 산업용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4%, 가정·상업용은 2.0%, 공공용은 1.9% 감소했다. 수송용만 0.1% 늘었다.

같은 기간 에너지원별로는 도시가스 감소율이 3.7%로 가장 컸고, 석탄 -1.1%, 전력 -1.0%, 석유 -0.5%가 뒤를 이었다. 열·기타 에너지는 1.0% 증가했다.

산업용과 주택용 전기요금의 역전 현상, 에너지소비 역성장 등 지난해 일어난 이례적인 현상 탓에 제조업 부문의 부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에너지소비는 실물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비싸진 산업용 전기요금이 제조업의 어려움을 가중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것만 가지고 산업 부문의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에너지소비가 줄어든 데는 에너지 경기 둔화, 석유화학과 철강업계의 대규모 설비 보수 외에도 평년 기온 회복, 에너지효율 향상, 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이 함께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 전기요금을 추월한 것 역시 상대적으로 주택용 전기요금의 하락 폭이 가팔랐기 때문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큰 변동 없이 유지된 반면 주택용 전기요금은 여름철에 한해 누진제를 완화하면서 사실상 요금이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한전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2014년 이후 동결됐으며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2018년 기준 MWh당 100.3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106.5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올해에는 에너지소비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경제성장률 상승, 설비보수 효과 소멸, 기저 효과 등으로 산업용과 건물용 수요가 2019년 감소에서 2020년에는 증가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항공유 수요가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는 했으나 에너지소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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