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일부 정당은 공약으로 “반려동물 세금 부과 공론화”를 제기한 바 있으며, 독일 등 선진국들도 동물 보유세를 부과하고 있다. 동물보호·복지 관련 예산도 크게 늘고 있다. 정부 예산은 2015년 14억9500만 원에서 2017년 16억9500만 원, 2019년 135억89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도 동물보호센터 운영비가 2016년 114억7700만 원에서 2017년 155억5100만 원, 2018년 200억3900만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반려동물을 사육하는 가구는 2012년에 전체 가구 중 17.9%였지만, 2018년에는 23.7%로 급증했다.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보고서에 의하면 반려동물 중 76%가 반려견이고, 이 중 50.2%만 등록되어 있었다. 등록하지 않으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동물 등록 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 자를 지정할 수 없는 읍·면 및 도서지역은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상 등록관리가 제대로 되기 힘든 환경이다.
반려동물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펫산업 등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반면에 유기견도 늘어나는 등 동물복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동물보호센터의 운영 등으로 각종 재정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반려동물의 보유세 혹은 부담금의 부과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반려동물에 보유세를 부과하려는 이유는 반려동물의 사회적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비용은 응익부담원칙(應益負擔原則)에 의거해 소유자에게 세금을 부담시키는 것도 공평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반려동물 소유자에게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과세대상과 납세의무자가 특정되고, 과세표준 및 세율도 정해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반려견의 경우 등록률이 매우 낮아 과세를 위한 과세대상과 납세의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과세환경을 갖고 있다. 이에 반해 반려동물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독일 등 일부국가는 과세할 수 있는 여건이 양호하다.
반려동물에 대한 세금은 응익부담원칙에 따른 목적세를 예정한 것이다. 목적세는 한번 만들면 목적이 달성되더라도 이해관계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쉽게 없애기 어렵다. 정치인들은 특정집단의 주장에 동조하여 표심에 의거해 세법 개정을 하는 경향이 있을 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은 재원 마련과 관련하여 부처 이기주의에 몰입되는 경향이 있다. 결과적으로 반려동물의 세금을 통해 동물복지를 증진하고자 하더라도 오히려 본래의 목적을 수행하는 데 지장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는 각종 이해관계자들이 특정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목적세의 신설을 주장해 왔었지만, 목적세라는 특성상 여러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이행된 경우는 없었다.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하면서 청년세를 만들자고 주장한 경우도 있었고, 그 외에 사회복지세 및 저출산고령화세 등의 신설도 거론되었으나 실제로 도입된 적은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교통·에너지·환경세, 지역자원시설세, 지방교육세 등 5개의 목적세가 있다.
반려동물은 생물체로서 특별히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동물복지에 사회적 배려가 요구되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상당히 소요된다. 이런 비용은 응익부담원칙에 의거해 반려동물의 소유자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반려동물에 대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는 면에서 현시점에 새로운 세금을 신설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측면이 있다. 반려동물의 등록제도 등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마련하고, 관련법규의 의무불이행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선행한 후에 세금 도입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