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DLF, 금감원 책임엔 왜 일언반구 없나

입력 2020-02-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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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금융부장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

6·25전쟁의 전세를 뒤바꾼 인천상륙작전의 영웅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이 이렇게 말했다. 군사(軍史)에 길이 남을 명언이다. 갑자기 이 말이 떠오른 것은 이번 파생결합펀드(DLF) 불안전 판매 논란에서 책임 소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다.

앞서 DLF 사태 책임소재를 놓고 은행의 책임이 큰지, 투자자의 책임인지의 논란과 금융감독원의 무책임 등이 거론됐다. 소비자가 맡긴 돈을 다루는 금융산업은 신용과 투명성, 직업 윤리의식이 가장 크게 수반돼야 한다. 과거 은행·보험·증권·카드·캐피털 등은 △대출 사기 △부실 대출 △고객 정보 유출 △서류 위조 △계파 간의 갈등 등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비리와 금융사고로 ‘비리의 복마전’이란 오명을 받았다. 임직원의 윤리의식은 땅에 떨어졌고 내부통제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다.

이번 DLF사태도 어쩌면 금융사고로 정의된다. 내부통제 미비·부실로 고위험 상품의 구조와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불완전 판매가 이뤄졌다. 이후 결과적으로 다수 소비자가 손실을 보았다. 그 과정에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위험 관리는 허점투성이였다.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데 급급해 소비자의 재산 보호는 안중에 없었다.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DLF 판매 당시 은행장)에게 금융권 취업을 3년간 제한하는 문책경고(중징계 해당)를 내린 것은 당연한 순서라 할 수 있다. 제재심 결과대로 실제 징계가 이뤄지면 손 회장의 연임과 함 부회장의 차기 회장 도전은 어렵다. 은행은 일부 영업정지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같은 금융사고들이 일어난 데는 은행의 책임이 큰 게 사실이다. 경영진이 실적만 우선시하면서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에 무관심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과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금융사고는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쯤 되면 금융사고가 오로지 금융회사 잘못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금감원의 책임은 없느냐는 것이다.

금감원은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해 DLF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감독과 검사를 책임지는 금감원으로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한마디 던졌을 뿐이다. 아직 DLF 사태 관련 임직원에 대한 인사 조처도 없었다.

금감원은 투기적 금융파생상품 판매와 관련한 감독 부실과 전문성 부족을 드러냈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 키코(KIKO) 사태, 동양증권 사태 등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불완전판매를 막겠다며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매번 소비자 피해를 막지 못했다. 관리·감독에 수수방관하다 투자자들의 재산에 막대한 손실이 난 다음에야 설익은 대책만 쏟아내는 안이한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번 DLF 사태는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 투자가 발단됐다. 독일 국채금리가 향후 6개월 동안 연 마이너스 0.2%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가입자에게 투자금액의 2%를 주되, 그 이상 떨어지면 떨어진 정도에 비례해 원금 손실 규모가 급증하는 구조였다. 개인투자자들이 3500억 원 이상의 피해를 봤다.

금융 소비자의 금융회사에 대한 불신의 골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소비자 보호 국민 인식조사’ 결과, 대다수 소비자는 금융회사의 윤리의식은 떨어지고, 상품 판매에만 신경 쓸 뿐이라고 인식했다. 눈에 띄는 점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체로 금융당국이 45.4%로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소비자 본인이 28.4%, 금융회사가 22.9% 순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 사고와 위기를 미리 막는 금융산업의 파수꾼이라는 금감원의 책임론이 거론된다. 작전 실패보다 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바로 ‘경계의 실패’이기 때문이다. a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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