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 현대ㆍ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이 임기를 2년 더 연장하기로 합의하고 회사 측과 계약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비어만 사장은 지난달 계약 기간 종료에 맞춰 자녀가 거주하는 스웨덴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하길 희망해 왔다. 그가 마음을 돌리며 현대ㆍ기아차에 잔류하게 된 배경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적극적인 만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3일 현대ㆍ기아차 연구개발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비어만 사장은 지난달 현대차와 재계약에 합의하고 오는 2021년까지 연구개발본부장 직무를 이어간다.
회사 관계자는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내부에서는 비어만 사장의 연임을 낙관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라며 “임기 종료를 앞두고 본인 스스로 유럽 복귀에 대한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쳐왔다”라고 말했다.
1957년생인 비어만 사장은 1983년 독일 BMW에 합류해 고성능 M 브랜드 개발을 이끈 주인공이다.
3시리즈 고성능의 정점인 M3(E30) 개발을 주도한 것은 물론 M 브랜드 전체의 연구개발을 책임지며 BMW가 추구하는 고성능 차량의 방향성을 확립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30여 년간 BMW 생활을 마치고 현대차에 합류한 것은 2014년 12월. 고성능차 기술개발 노하우가 경지에 다다른 그는 현대차에서도 고성능사업부를 담당하며 'N 브랜드' 출시를 주도했다.
그가 개발을 주도한 N 브랜드는 국내는 물론 유럽에서 호평을 받으며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 재고에 큰 힘을 보탰다.
나아가 최근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잇따라 전해진 낭보 역시 그가 주도한 고성능사업부의 역할이 컸다.
애초 비어만 사장은 ‘3년 계약 2년 자동연장’ 조건으로 현대차에 합류했다. 최초 3년(2015~2017년) 임기를 마친 2018년 1월 그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자동으로 연장된 2년(2018~2019년) 임기를 사장으로 승진해 시작한 것이다.
같은 해 12월에는 현대차를 넘어 현대ㆍ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운신의 폭을 확대했다. 그만큼 그룹 내에서 그의 존재감은 컸다.
자동차 업계 안팎에서는 그가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현대차를 떠날 수도 있다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ㆍ기아차 연구개발본부 관계자는 “비어만 사장이 최근 스웨덴에 거주 중인 자녀의 득녀로 '손녀'를 보게 되면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 왔다”고 배경을 전했다. 하지만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적극적으로 만류하면서 비어만 사장이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성능 N 브랜드는 물론 비어만 사장이 주도한 제품전략이 시장 전반에 걸쳐 좋은 성과를 얻어낸 만큼 향후에도 연구개발분야의 역량은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비어만 사장이 현대ㆍ기아차의 제품전략 전반은 물론 제네시스 라인업 완성, 기아차의 스포티 브랜드화 등을 전략적으로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