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절벽 속 서울 전셋값 폭등… 시장 불안 고조

입력 2020-02-0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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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0.72% 올라… 4년1개월만에 최대 상승폭

“아이들 교육 문제로 강남 대치동을 눈여겨 봤지만 찾고 있는 아파트 전셋값이 16억 원까지 올랐어요. 맹모들이 이 일대 전세 물량을 이미 다 소화하면서 전세는 물론 반전세(보증부 월세)도 찾기가 어렵습니다.”

서울 아파트값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전셋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12ㆍ16 부동산 대책 여파에다 특정 지역의 경우 학군을 찾는 맹모(孟母)들이 전세 물량을 대거 소화했고, 그 외 지역도 낮은 분양가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청약 대기수요로 넘쳐나면서 전세시장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4만 가구가 넘는 입주 폭탄에 다소 진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알짜 물건 부족으로 전세가격 상승폭은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더 많은 편이다. 특히 정부가 연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제도 도입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전세시장은 한바탕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졌다.

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폭은 0.72%를 기록했다. 2015년 12월(0.76%) 이후 4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역별로는 강남구가 2.15%로 가장 많이 뛰었고, 양천구(1.66%)와 서초구(1.25%), 송파구(1.22%), 동작구(1.21%)가 뒤를 이었다. 특히 강남구는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연속 단 한 차례도 상승폭이 꺾이지 않았다. 6개월 연속 둔화세 없이 오르긴 양천구도 마찬가지다. 대입 정시 제도 개편 등으로 학군수요가 이 지역에 계속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7단지 전용면적 74㎡형은 지난해 12월 전세 시세가 최고 6억6000만 원이었으나 얼마 전 7억 원에 전세 계약됐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 전용 85㎡형은 전세가 17억 원을 호가한다. 지난해 12월 최고 시세가 15억5000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 달 새 1억5000만 원 오른 셈이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물건을 선점하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며 “물량이 워낙 없다 보니 호가도 계속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서울의 경우 멸실 대비 입주 물량이 많다고 볼 수 없는 데다 입주 물량이 특정 지역에 쏠려 있는 편”이라며 “강남과 목동 등 일부 지역에선 학군 수요에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전세시장 불안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시장 불안은 정부가 지난해 12ㆍ16 대책을 내놓으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정부는 시가 15억 원이 넘는 아파트 대출은 전면 금지하고, 9억 원 초과 아파트도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을 기존 40%에서 20%로 축소했다. ‘돈 줄’이 막힌 예비 매수자들이 호가가 조금이라도 빠지길 기다리면서 매매 거래는 사실상 실종됐고, 이는 전세시장 불안 요인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기존 전세수요가 갈아타기 매매수요로 분산되지 못한 채 전세시장에 그대로 머물러 전세 물건 부족과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이 12년래 최다인 4만1104가구에 달해 전세시장 불안이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여파에 매매시장으로 갈아타지 못하는 수요층이 쌓이면서 알짜 물량 부족에 전세가격 상승폭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도 임차인 보호와 전셋값 안정을 위해 연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두 제도에 대한 법안 심사를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 야당과 전문가들이 이들 제도 도입 시 전셋값 급등, 임대수요 감소 등의 부작용이 크다고 맞서왔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 등의 자리에서 전셋값 상승에 대한 보완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골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과거 발의한 ‘2년+2년’ 안이다. 전세를 살고 있는 임차인이 원할 경우 2년 단위의 전세계약 갱신을 1회에 한해 허용해 최대 4년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재계약시 전세금은 5%를 초과할 수 없다.

하지만 무리한 가격 통제가 전세시장 불안을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강남ㆍ목동발(發) 전셋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되면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한꺼번에 올려 단기적으로 전셋값이 폭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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