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신종 코로나 혐오를 이긴 한줄의 ‘해시태그’

입력 2020-0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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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유학생 때문에 진짜 걱정되어서 죽겠어요.”

지난 주말 가족 행사 때 만난 대학생 친척의 말이다. 그는 중국인 유학생을 대거 유치한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해당 학교는 최근 창궐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개강까지 미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마스크·손 세정제 품귀, 폭리 사태는 물론, 사람이 많이 오가는 장소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길 정도. 이 정도라면 감염을 피하고자 하는 당연한 분위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발 더 나아가 중국말을 하는 사람은 모두 피해야 한다는 인종적, 국가적 혐오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최근 떠돌고 있는 말을 들어보면 더 기가 차다. 중국인과 눈을 마주치면 감염될 수 있다는 말부터 중화요리점 주방장은 중국인이 많기 때문에 짜장면도 먹어서는 안 된다는 비상식적인 소문까지, 그럴싸한 설명과 함께 퍼져나가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포털뉴스 댓글난에는 중국인에 대한 노골적인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 “국내 판매하고 있는 마스크를 중국인들이 싹쓸이해서 우리 국민들이 사용할 마스크가 없다”, “우리도 없는데 왜 중국에 마스크를 지원하느냐”, “중국 눈치를 보느라 병명조차 우한 폐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바꿨다” 등의 근거 없는 성토가 끝없이 올라오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목적으로 우한에 거주하는 교민을 귀국시키는 조치를 실시하자, 중국인에게 향했던 분노가 갑자기 우리 국민을 겨냥한 반대 시위로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프랑스 등 해외 일부 국가에서 동아시아인 전체를 싸잡아 혐오가 확산하고 있다는 소식에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SNS에서 ‘지하철에 앉으면 현지인들이 일제히 피한다’, ‘관광객에게 침을 뱉었다’, ‘(나를 보고) 바이러스라고 욕을 한다’ 등의 경험담이 속속 올라오자, “중국인이 문제일 뿐, 한국인이 부당하게 차별을 받고 있다”면서 억울해하며 분노하는 모습이다. 무분별한 혐오를 지적하면서도 또 다른 혐오를 내비치는 형국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바탕이 된 인종 혐오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것은 한편으로 한국 사회에서 퍼지고 있는 중국인 혐오 정서를 돌이켜보게 만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재앙이지만, 이에 따른 공포심 때문에 인종주의적 혐오가 허용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중세시대에 페스트(흑사병)가 유럽 전역을 뒤덮자 마녀재판이라는 명목으로 수많은 여성이 화형을 당했던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불행에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필요한 법일까. 당시 권력자들은 대기근으로 열악해진 경제 상황에서 페스트로 사람들이 죽어 나가자, 대중에게 분노를 돌릴 대상을 내밀었다. 그 이면에는 힘없는 노파들을 잡아 불태워 개신교의 등장으로 약해진 기존 교단과 영주에 대한 공포와 복종심을 심고자 하는 속내가 있었다. 나중에는 정치적 세력이 약한 부자들을 마녀로 몰아 사형하고 전 재산을 빼앗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혐오를 통해 이득을 얻는 자들이 있다. 자극적인 가짜뉴스로 광고 수익을 얻는 유튜버,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며 지지도를 끌어내리는 정치 세력, 행정안전부나 재난본부와 같이 정부기관 명의로 뿌리는 스미싱 사기 문자까지…. 이들은 혐오를 부추기며 자신의 이득을 챙기고 있다.

일부러 아프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 이런 문제만큼은 보편적 인류애의 관점에서 접근하자. 우한 교민 귀국 반대 목소리 속에서도 ‘우리가 아산이다’라는 해시태그로 이들의 불안을 감싸고 환영했던 SNS 손팻말 운동은 그렇기에 감동을 줬다. 혐오는 혐오를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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