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재개발조합 총회 의결 안건, 이사회 안 거쳐도 유효"

입력 2020-02-04 12:00 수정 2020-02-0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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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조합이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액된 용역비 12억여 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A 건축사사무소가 왕십리뉴타운 제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용역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A 건축사사무소는 2013년 조합과 재개발사업 72억 원에 공사 감리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설계변경에 따라 공사비가 증액됐다는 이유 등으로 11억8400만 원의 감리비 증액을 요청했다. 조합은 2016년 조합원 정기총회를 거쳐 증액안을 의결한 뒤 변경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변경계약 체결 직후 조합 이사회, 대의원회는 증액안을 부결했다.

1심은 원고 승소 판결했으나 2심은 변경계약 체결이 무효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은 구도시정비법에 따라 이 사건 증액 결의는 대의원회가 대행할 수 없는데, 총회에서 이뤄진 의결은 변경계약서 체결 여부를 이사회, 대의원회에 위임하는 내용으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대행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부결됐으므로 계약 효력이 없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총회에서 의결이 이뤄짐으로써 변경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필요한 구 도시정비법상 사전 의결을 거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으므로 변경계약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총회에서 의결을 위한 제안 사유에는 이사건 의결의 목적(감리 용역대금 증액), 내용, 증액을 요청한 감리 대금의 부담 정도가 명시됐고 설명되기도 했다"며 "조합원들은 의결에 따라 용역대금 증액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고 이를 승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변경계약은 의결에서 정한 한도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감리 용역대금을 증액하는 내용으로 체결됐으므로 구 도시정비법상 필요한 사전결의를 거친 유효한 계약"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실제 정산 시에는 이사회 및 대의원회에서 항목별로 정밀 심의를 거쳐 꼭 지급해야만 하는 금액만 지급할 예정이라는 것은 승인 의결을 위한 제안 사유에 불과하다"며 "계약을 체결하려면 이사회 및 대의원회 결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조건부 내지 위임 의결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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