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장기간 이어진 격렬한 시위와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지난해 10년 만에 첫 경기침체에 빠졌다. 이제 신종 코로나로 경제가 더 탈선하게 됐다.
홍콩 정부는 전날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3분기 GDP 증가율은 마이너스(-) 2.8%로 수정됐다. 지난 분기 GDP는 전분기와 비교(계절조정)해서는 0.4% 감소했다. 작년 3분기 GDP는 전 분기 대비 감소폭이 무려 3.0%에 달했다.
연간 기준으로 홍콩의 2019년 실질 GDP 증가율은 -1.2%로,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 휩싸였던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홍콩 정부는 성명에서 “지난 분기 폭력을 동반한 사회적 사건들이 경제심리는 물론 소비, 여행과 관련된 활동에 막대한 타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의 이런 경기침체에도 새해 들어서는 홍콩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시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지난해보다는 덜 빈번해졌고 연초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문에 서명해 무역전쟁 우려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올해 홍콩 경제도 암울해졌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토메이 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따른 중국의 안정적인 경제성장이 홍콩의 단기 경제전망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발생으로 전망은 어두워졌다”고 한탄했다.
홍콩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재택근무를 하도록 지시했으며 학교 개학은 다음 달 2일로 연기했다. 민간기업들도 재택근무 등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에 나서고 있다. 디즈니랜드와 각종 소매업체 매장, 관광명소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가 문을 닫았다. 한 마디로 경제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된 것이다.
폴 챈 홍콩 재무장관은 2일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신종 코로나가 경제에 미칠 타격이 배로 커질 수 있다”며 “올해 경기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경종을 울렸다. 정부 성명은 “홍콩의 올해 경제전망은 매우 불확실하다”며 “정부는 신종 코로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은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15명으로, 확산을 비교적 잘 제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확진 판정을 받고 프린세스마가렛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39세의 한 남성이 이날 오전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해 사람들의 불안을 더욱 고조시키게 됐다. 홍콩 공공의료 노조는 중국과의 접경을 전면적으로 봉쇄해야 한다며 이날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