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 설계사 규모, 생보 '첫 역전'…판매채널 지각변동

입력 2020-02-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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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 업황 악화·GA 채널로의 유입·메리츠화재發 리크루팅 경쟁 발단

손해보험 설계사 규모가 생명보험 설계사를 추월했다. 이는 한국보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생명보험 업황 악화에 따른 보험대리점(GA) 채널로의 이탈과 함께 지난해 들어 촉발된 메리츠화재발(發) 손해보험업계 리크루팅(설계사 도입)경쟁이 주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4일 생명 손해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손해보험 전속설계사는 9만3659명으로 생명보험 전속설계사 9만2626명보다 많았다. 바로 전달(10월)까진 생보(9만2799명), 손보(9만2124명)로 근소한 차이를 보이다가 결국 역전된 것이다. 손보는 2018년 말에만 해도 생보와 1만5000명가량 차이가 났지만, 1년 사이에 무섭게 추격했다. 이대로라면 역전 폭이 벌어지는 건 시간 문제라는 평가다.

사실 생보 전속 설계사 감소세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0년대 들어 감소세가 뚜렷해지기 시작해 2013년 이후로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 2018년 들어 10만 명 선이 깨졌다. 2008년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5만 명, 1년에 5000명가량이 생보 영업현장을 떠난 것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이탈 규모는 예년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지난해 초 9만 명대에서 올해는 8만 명대로 내려앉을 거란 예상이 나온다.

생보와 손보 설계사의 폭이 좁혀진 주된 요인은 △생보 업황 약화 △GA채널로의 유입 △메리츠화재발 손보 리크루팅 경쟁으로 분석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2019년 2.5% 감소한 데 이어 올해도 2.2% 줄어 4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보장성 보험은 잘 안 팔리고 해약이 늘어날 것을 보이는 데 따른 것이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건강과 관련한 중저가 보장성 보험을 판매하는 데 업계가 집중하고 있지만, 종신보험 수요가 부진하고 불황으로 보험계약 해지도 늘어나 상황이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 보험료 규모 감소는 보험사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곧 설계사 수입 하락으로 직결돼 업권을 이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밖에도 생보사가 비용 등의 문제로 우수설계사 중심으로 영업채널을 재편한 영향도 있다.

GA채널이 급성장한 것도 요인이다. 보험사들이 GA에 대한 판매수당을 늘리면서 전속보다 많게는 2배 가까이 높은 판매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자리를 옮기는 설계사가 늘었다. 실제 지난해 11월 기준 GA설계사 규모는 23만1500명으로, 전속설계사보다 3배가량 많은 수치를 보였다. 중소형생보사를 중심으로 판매자회사(자사형GA)를 설립해 설계사를 분리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ABL생명(ABA금융서비스), 삼성생명(삼성생명금융서비스), 한화생명(한화금융에셋·한화라이프에셋), 메트라이프생명(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 등이 있다.

최근 들어서는 메리츠화재발 손보업계 리크루팅 경쟁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메리츠화재는 2016년, 모집수수료를 개편해 적극적으로 설계사를 도입했다. 설계사 규모가 급증하자 지난해 삼성화재가 맞불을 놨고, 이는 업권 리크루팅 경쟁을 불러왔다.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는 이로 인해 한 달 만에 1000명 이상의 설계사를 도입하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생보사의 꽃은 전속설계사 채널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됐다”며 “시장 변화에 따른 판매채널 재편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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