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소득·건강 개선됐지만 행복하지 않은 한국인

입력 2020-02-05 13:53 수정 2020-02-0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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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에도 2017년에도 행복지수 OECD 31개국 가운데 23위

우리나라의 소득과 건강 수준은 1970년 이후 30년 동안 크게 높아졌지만, 행복지수는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경제학회 한국경제포럼에 실린 ‘행복지수를 활용한 한국인의 행복 연구’ 논문에 따르면 물질적·사회적 기반에 관한 한국의 행복지수는 1990년과 2017년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가운데 23위에 그쳤다.

박명호 한국외대 교수와 박찬열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삶의 질과 밀접한 27개 지표를 바탕으로 OECD 36개 회원국 중에서 규모가 작은 곳을 뺀 31개국의 행복지수를 물질적·사회적 기반에 관한 분야와 격차에 관한 분야로 나눠 산출했다.

물질적·사회적 기반에 관한 분야에서 한국의 순위는 약 30년 전과 같았지만,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났다. 한국은 소득 수준이 1990년에 OECD 28위였으나 2017년에 20위로 여덟 계단 올라섰다. 당시 6516달러에 불과하던 1인당 GDP가 2만9743달러로 뛰어오른 영향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며 건강 지표 순위도 26위에서 10위로 급상승했다.

반대로 안전에 관한 지수는 1990년 15위로 중위권이었으나 2017년 최하위권인 30위로 떨어졌다. 한국인이 체감하는 심리적 안전 수준이 다른 선진국보다 나빠졌고, 자살률도 올라갔기 때문이다. 주거에 관한 지수도 22위에서 24위로 밀려났다.

물질적·사회적 격차에 관한 분야에서 한국인의 행복 수준은 1990년 29위에서 2017년 30위로 한 계단 하락했다.

소득 격차는 1990년 21위에서 2017년 27위로 여섯 계단 내려왔다. 국민의 전체적인 소득 수준은 높아졌지만, 격차는 벌어지며 전체적인 행복도를 깎아내린 셈이다. 그나마 고용격차는 최근 26위로 하위권 수준이기는 하나 1990년 28위를 기록한 것에 비춰 그나마 양호하게 개선됐다.

사회적 격차를 구성하는 성별 격차와 세대갈등은 모두 분석 대상 31개국 중 최근 31위를 기록하며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대갈등의 경우 1990년에는 28위로 최근보다는 좀 더 양호한 상황이었으나 점차 더욱더 악화하고 있어 이에 대한 중점적인 관리가 요구됐다.

아울러 한국, 칠레, 멕시코, 폴란드처럼 행복 수준이 하위권인 국가로 좁혀 분석한 결과, 소득 수준이나 일자리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격차도 행복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국민 행복 지표를 활용한 한국의 위상 및 변화 추이를 살펴본 결과 한국은 긍정적 요인보다는 부정적 요인이, 물질적 영역보다는 사회적 영역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특히 부정적 요인이나 사회적 영역은 최근까지도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지 못한 채 OECD 국가들보다 더 빠르게 악화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이런 점에서 정책적 관리의 필요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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