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촌회계법인, 에스에프씨 전 이사진 횡령ㆍ배임 묵인 의혹

입력 2020-02-0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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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촌회계법인이 코스닥 상장사 에스에프씨에서 발생한 전 이사진의 횡령ㆍ배임 연루 의혹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를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촌회계법인 측은 이미 소명된 내용이라고 주장하지만, 금융감독원이 횡령ㆍ배임 혐의를 전제로 현 경영진을 조사하고 있어 ‘부실감사’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촌회계법인은 2012년부터 에스에프씨의 회계감사를 담당한 곳이다. 지난 2018년 결산 회계감사 결과 ‘의견 거절’을 제시했고, 에스에프씨 주식거래는 정지됐다. 당시 회계법인 측은 의견 거절 배경으로 명확한 오류 계정 대신 △신뢰성 있는 재무제표 미수령 △거래의 신뢰성 및 회계처리의 적정성 △자산의 회수 가능성 및 손상평가 △특수관계자의 범위 및 거래내역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 재무제표 등에 대해 불확실성이 누적돼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음을 근거로 제시했다.

◇ 내부통제 미비로 40억 원 증발에도 감사의견 ‘적정’ 이유는?

논란은 이촌회계법인이 감사의견 ‘적정’을 낸 2017년 재무제표에서 시작한다. 이투데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그해 1월 신규 취임한 정기현 전 대표이사는 6개월간 40억 원에 달하는 내부 자금을 증빙 없이 인출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당시 회사 내부에서도 정 대표의 경영 능력을 문제 삼았고, 사실상 해임 수순으로 이어졌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2월 WI 경영지배인 시절에도 88억 원 규모의 횡령ㆍ배임을 저지른 바 있다. 이밖에 현재 다수 상장사에서 횡령ㆍ배임 혐의로 엮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역시 감리 과정에서 정 전 대표의 자금 인출이 횡령ㆍ배임 혐의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 해당 사항을 지적했다. 약 40억 원 규모의 횡령 관련 자금을 선급금으로 허위 계상하고, 이를 정상적인 대여금으로 재분류한 게 골자다. 이는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

이촌회계법인은 당시 횡령 배임이 의심되는 자금거래에 대해 의문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정’ 의견을 냄으로써 회계처리 위법사실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상장사 특성상 횡령ㆍ배임 이슈로 시끄러워질 것을 우려해 선급금을 대여금으로 재분류하고,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하는 회계안을 권고하는 듯한 내용도 나왔다.

자료에는 해당 공인회계사가 에스에프씨 자금거래 내역을 살피던 와중에 선급금 중 가지급 성격의 외부업체 대여자금에 대한 담보내용, 회수방안 정리 자료를 회사 측에 재차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 선급금 등 부적절한 투자자산에 대한 정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매우 심각한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고 의견을 붙이기도 했다. 이미 부적절한 투자 사안임을 인지한 셈이다.

통상 기업의 감사를 맡은 회계사는 회사의 회계처리나 자금거래에 대한 의문이 발생하면, 해당 거래를 추적해 의문이 해소될 때까지 적정의견 보고서를 발행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당시 회계사는 자금 처리를 두고 회사와 처리 방안을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며 “허위로 작성된 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냈다면, 시장 혼란을 가중시킨 셈”이라고 전했다.

◇ 이촌회계법인 “당시 적절한 회계 처리…재감사 의무 없어”

이촌회계법인은 에스에프씨의 2018년 결산 회계감사에서 ‘의견 거절’을 제시했다. 이촌회계법인은 금감원 감리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부실감사는 인정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당시 감사를 맡은 회계사는 “현재 금감원의 감리가 진행 중인 상태이며, 정기현 대표의 거래가 횡령에 해당하는 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계법인이 횡령을 인지하고, 묵인했다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론했다.

이어 “외부감사의 목적은 회사 재무제표의 적정성에 대해 확인을 하는 것이며, 당시 정기현 대표 관련 거래의 재무적 효과는 회사 재무제표와 연결재무제표에 모두 반영됐다”며 “회계법인이 관련 쟁점을 묵인하거나 누락한 사실은 없으며, 회사 경영에 대한 감독 책임은 회사의 내부감사 등 지배기구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촌회계법인이 의견 거절을 제시한 후 재감사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감 의무가 없기에 진행하지 않는다는 게 이촌 측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로컬 회계법인이 재감사 요청을 거절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촌 측이 내세우는 근거는 지난해 3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의 상장폐지안에 기반을 둔다. 현행 제도상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에 재감사를 요구하지 않고, 다음 사업연도에 진행한 감사의견 기준으로 상장폐지를 결정한다. 감사의견이 2년 연속 비적정인 경우에만 상장폐지가 이뤄진다.

문제는 감사의견 비적정을 낸 감사인이 해당 기업의 재감사를 거절하는 경우다. 이미 비적정 의견이 나온 부실한 재무제표를 새로운 감사인이 다시 살펴 적정 의견을 내기엔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전 감사인이 재감을 맡지 않을 경우, 후임 감사인 역시 의견을 주는 게 힘들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결국 기업은 효력이 입증되는 재감사인을 구할 수 없어 상장폐지에 이르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바뀌기 전부터 호흡을 맞추며 회사 사정에 정통한 회계법인이 이제 와 재감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며 “이촌 측에 수차례 재감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나간 자료에 대해 오류가 있으면, 감사인도 행정조치를 받을 수 있는 사안이며 회계법인 역시 손해배상청구 대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빠져나간 자금이 재무제표상 허위자산으로 계상됐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감사 절차상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회사가 감사인을 속여서 처리해 감사인이 감사 절차상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감사인에게 면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르면 이달 해당 안건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회의를 거쳐 위법사실에 대한 조치가 종결될 전망이다. 앞서 에스에프씨는 지난해 12월에도 주요사항보고서 제출의무 위반을 이유로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억7820만 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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