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소외 계층당, 울분 해결당

입력 2020-02-05 17:34 수정 2020-02-0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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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숙 1492피앤씨애드 대표,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장

서울 여의도에는 외양만 보면 초라하지만 아주 흥미로운 건물이 하나 있다. 모 재벌 총수의 개인 사무실이 최근까지도 있었던 곳이고 서울의 대다수 자금 루트를 주무르는 여회장님의 사무실이 이곳에 몇 군데나 있다.

요즘같이 정치적 이슈가 뜨거운 시기엔 커피숍에서 우연히 마주친 현역 국회의원을 엘리베이터에서 맞닥뜨리며 이 건물에 개인 정치 연구소들이 꽤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하지만 제일 흥미로웠던 건 모 그룹 비서실장 출신의 초로의 노신사가 들려준 한 재벌 총수에 대한 성공 비화였다. 아파트 건설업이 로또처럼 떼돈을 벌어다주던 시기에, 그 재벌 총수는 사채시장에서 어음을 할인해 자금을 융통해 오던 중 결국 부도 위기에 몰렸는데 한 요정의 여사장이 그 총수를 위해 어음을 다 회수해주려고 사채업자들을 불러 보니 금액이 생각보다 너무 컸다고 한다. 며칠 후에 돈을 보내겠다며 어음을 가져간 그 여사장은 부산으로 내려가 어음들을 가슴에 품은 채 영도교 다리 아래로 뛰어내려 자살했다고 한다. 그 총수에게 꼭 성공해야 한다는 유언을 남긴 채.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시대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사람이 사람을 알아보는 법’이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지만 이제는 전설로만 내려오는 성장론 중의 하나라는 게 씁쓸할 뿐이었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게 ‘사람이 사람을 알아보는 상(象)’이라면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른 계층을 이해하는 법(法)’을 만드는 게 아닐까.

사주명리학적으로 정치계는 현실의 세속이 아닌 이상을 실현하는 곳으로 보기 때문에 가상의 환경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세속의 민생고를 알 턱이 없었던 옛 시대의 우리 임금들도 잦은 암행을 통해 민초들의 애환을 살핌으로써 자신이 전혀 몰랐던 가상의 환경에서도 치적을 쌓을 수가 있었는데, 지금 이 시대의 정치인들은 과연 얼마나 자신이 속하지 않은 계층의 국민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을까.

우리의 근대 정치사를 봐도 그동안 이상 실현의 환경으로 정치를 선택한 사람들이 많았던 탓에 급변하는 현실 속 사람들의 삶을 반영 못 시킨 원인이 된다면, 자신이 몰랐던 현실의 환경, 특히 소외된 계층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부당한 문제를 법제화로 해결해 내는 게 정치인의 가장 큰 덕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은 모두 39곳이며 창당준비위원회의 현황도 21곳에 이른다. 이외에도 창당을 서두르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오니 아마도 정당 수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60여 곳에 이르는 정당이나 창당준비위원회 중 어디를 봐도 자신이 속한 집단을 뛰어넘어,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간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기대할 만한 곳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오직 자신이 속한 계층이나 조직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목표만 눈에 띌 뿐이다. 각자 계층에 속한 이익 추구만 내세운다면, 힘든 현실을 얘기할 힘조차 없고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을 지경의 고통에 처한 사각지대 사람들을 대변할 대의 정치인들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기본적으로 타인의 고통에 눈 한 번 돌려본 적 없는 사람들은 정치를 하면 안 된다. 민의의 중요성보다 혁신의 방법에만 관심 있었던 정치 혁신가들은 다 실패했다. 타인에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국민들을 이롭게 할 세상을 설계할 수 있겠는가.

현실이 더 복잡해지고 기득권과 비기득권 사이의 칸막이가 더 견고해질수록, 계층 간 서로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다른 계층을 이해하는 법(法)’을 만들 수 있을 때 진정한 가치를 가진 정치 파워가 폭발력을 지닐 것이다. 전 영역의 모든 소외계층을 대변하고 억눌린 울분 지수를 풀어줄 소외 계층당, 울분 해결당의 출현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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