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컨트롤타워 부재에 구멍 뚫린 방역

입력 2020-02-0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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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정치경제부장

얼마 전 2015년 메르스 당시 보건복지부 부대변인을 지냈던 고려대 의과대학 박기수 교수는 현재 방역 대응 체계와 관련해 “배가 산으로 가지 않아야 한다”고 우려한 바 있다. 그는 메르스 사태 때를 돌아보면서 “허들 선수는 한 명인데 교장·교감·담임선생님 등이 모두 나서 지시를 하다 보니, 선수는 결국 허들을 몇 개 넘지도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제설 작업을 지금 해야 할지, 좀 더 기다려야 할지는 보초 서고 있는 병장이 가장 잘 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의 지적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방역 현장에선 사공이 너무 많다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는 신종 코로나 컨트롤 타워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국가위기관리센터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방역 대책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실무적인 방역관리는 질병관리본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상황 관리는 국무총리실에서 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제 역할을 제대로 못 하다 보니 여기저기에서 엇박자 대책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발생 초기에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은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정부를 믿고 필요한 조치에 대해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자 뒤늦게 정부가 우한 방문자 전수조사 등 대책을 쏟아내면서 오히려 국민 불안만 가중했다.

또 정부는 우한 교민 입국을 위한 전세기 파견, 중국인 관광 목적 단기비자 발급 중단, 중국 여행 경보를 전역 ‘철수 권고’ 상향 등 설익은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발표 후 몇 시간 뒤 정부는 중국과 협의가 안 됐다거나 검토했던 내용이 잘못 발표됐다고 말해 도대체 컨트롤 타워가 있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초기 정부의 방역 대책도 무증상자는 감염 가능성이 없다며 세계 곳곳에서 중국 우한 지역 중국인 입국을 막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았다. 단지 공항 입국장에서 발열 검사만 했다. 중국인 입국자 사이에 해열제를 먹으면 무사히 통과할 수 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실제 해열제만 먹고 발열 검사를 무사히 통과한 사례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자 방역 당국은 무증상자 감염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했다. 이미 방역망에 구멍이 뚫린 상황에서 뒤늦은 대책으로 현재 빠르게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를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정부가 초기 우한 지역 방문 외국인 방역 대책만 잘 세웠다면 지금과 같은 2·3차 감염자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방역 당국이 태국과 싱가포르를 각각 여행하고 돌아와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16번과 17번 환자의 감염장소가 어디인지 특정조차 못 하고 있는 점이다. 충격적인 것은 질병관리본부가 태국 여행을 다녀온 국내 여행객이 미열이 있어 신종 코로나를 의심하는 환자의 문의에 대해 “우한 지역과 연관성이 없다며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 보라”고 무책임한 답변을 한 점이다. 이미 메르스 사태나 사스 사태 때 있었던 교훈을 잊어버린 지 오래인 것 같은 행동을 질본에서 한 것이다.

현재 우한에서 온 외국인 65명에 대해 방역 당국은 여전히 소재 파악도 못 하고 있어 사실상 신종 코로나 확산에 손을 놓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들 중 만약 감염자가 있다면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 확산 속도를 봤을 때 우리나라도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현장의 불만이 많은 만큼 이제라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거나 확실한 컨트롤 타워를 지정해 선제 대응하는 조치가 시급하다. 더는 4·15 총선이나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 방한 등 국민이나 중국 눈치를 보는 뒷북 방역 대책은 없어야 한다. 청와대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국민이나 정치권에서 바라보는 눈은 그동안의 방역대책이 ‘눈치 보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말대로 국민이 정부를 믿고 과도한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방역 대책을 철저히 세워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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