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연임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를 피력했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6일 긴급 간담회를 열어 파생결합펀드(DLF) 원금 손실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에 대해 연임 결정을 유지키로 했다.
이사회 측은 “기관(우리은행)에 대한 금융위원회 의결 절차가 남아 있고, 손 회장에 대한 제재가 공식적으로 통지되지 않은 상황에 의견을 내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그룹 지배구조에 관해 기존에 결정된 절차와 일정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앞서 제재심의위원회는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를 내리고, 우리은행에는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와 과태료 230억 원을 부과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 내용에 결재했다.
은행법상 문책 경고까지의 임원 징계는 금융감독원장 전결로 제재가 확정되나 기관 제재와 과태료는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금융위는 3월 초까지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손 회장의 연임이 결정되는 주주총회는 그 이후인 다음 달 말로 예정돼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국감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은행장에게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금융당국은 DLF 사태에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결과가 번복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손 회장이 소송전 의지를 내비쳤고, 이사회 역시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음 주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를 재개키로 한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우리금융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달 말 3명의 압축 후보군을 상대로 면접을 진행했지만, 위원 간 이견으로 선임 절차를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만약 손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은행뿐 아니라 지주 전체의 승계 구도를 다시 짜야 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지배구조에 관한 의견이 모이지 않으면, CEO 선임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며 “손 회장 연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소송전에 들어가면 승패와 상관없이 주총까지 ‘시간 끌기’는 가능하다. 최근 법원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폭넓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은 손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재작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당시에도 법원은 제재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소송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책임으로 경영진까지 제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주장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송전까지 가면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높아지겠지만, 금융당국과 전면전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사업 진행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