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취임 이래 최대 시험대...'신종코로나'에 체제 한계 위기

입력 2020-02-09 14:33 수정 2020-02-0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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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이 발병한 지 두 달이 다 되도록 사태가 잦아들기는커녕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중국 내에서 공산당 일당 체제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 명실공히 세계 2위 경제대국임에도 감염병 초기 대응에 실패해 사망자와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자 가뜩이나 둔화하는 경제와 미국과의 무역 전쟁, 홍콩 민주화 사태 등으로 쌓인 사람들의 불만이 슬슬 터져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후베이성 우한시 위생당국이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의 존재를 공표한 건 작년 12월 31일. 이후 감염자는 급속도로 늘어 9일 0시 현재 중국 31개 성에서 신종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는 3만7198명, 사망자는 811명에 이른다.

중국 정부는 바이러스가 시작된 우한시 전체를 격리, 엄청난 의료 인력과 병력을 동원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주에는 ‘바이러스와의 인민전쟁’을 선포, 정부 명령에 불복하는 모든 사람에 대한 처벌을 약속했다.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이 전쟁에서의 승리를 자신했다.

그러나 시진핑 지도부가 처한 궁극적인 문제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아니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대응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좌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는 신종코로나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으로 알렸다가 당국으로부터 처벌을 받고 끝내 이 병에 걸려 숨진 의사 리원량이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하면서 시진핑 지도부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급기야 지식인들도 목숨을 내건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중국 최고 명문대학인 칭화대 법학 교수인 쉬장룬은 최근 여러 해외 웹사이트에 ‘분노하는 인민은 더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글을 올려 시진핑 정권에 일침을 놨다. 그는 “신종코로나 초기 대응이 실패한 것은 중국에서 시민사회와 언론의 자유가 말살됐기 때문”이라며 “독재하에서 중국의 정치 시스템은 무너졌다”고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에서 중국학을 연구하는 샤오치앙 연구원은 “지금 중국의 사태는 단순히 공중 보건 위기가 아니다”라며 “시 주석은 2012년 취임 이래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과의 무역 전쟁, 홍콩 민주주의 사태를 다루면서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은 차에, 신종코로나 사태까지 터지면서 그의 지도력은 물론 대중의 지지까지 무너지면서 체제도 위기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쉬장룬 교수는 “시진핑을 둘러싼 신화가 산산조각 났다”고 했다. ‘인민전쟁(people’s war)’이란 말은 ‘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이 가장 먼저 쓴 말로, 시진핑은 마오쩌둥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부상하고자 그의 이미지를 많이 차용했지만, 그의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는 중국인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WSJ는 꼬집었다.

우한이 봉쇄되고 수백 명이 죽어 나가는 데도 시 주석이 한 번도 위기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 2인자인 리커창 총리를 대신 보냈다는 점이 대중의 분노를 더 키웠다는 분석이다. 리원량 사망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정부의 언론 단속과 억압에 대한 불만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이유다. 웨이보의 한 게시물은 “정부는 여론을 수십 년 동안 조작했다. 그들은 우리의 입을 막았는지는 몰라도 속일 수는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베이징포스트통신대 강사인 쉬지용은 온라인 에세이에서 “의학은 중국을 구할 수 없다. 민주주의가 중국을 구할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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