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1인용 이동수단은 ‘모빌리티’ 시대의 마침표가 된다.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 가능성이 크다.
반면 미국 GM이 고안한 새 아이디어는 다른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와 궤가 다르다. 자동차에서 스쿠터를 갈아타는 시대가 지나고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하면 ‘군집주행’이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보다 한 시대 앞서나간 콘셉트이다. 이미 10년 전에 쉐보레 브랜드로 선보인 ‘EN-V(Electric Network-Vehicle)’가 주인공이다.
EN-V는 정차 때 3개의 바퀴가 안정적으로 승객의 승하차를 돕는다. 출발하면 승객석이 위로 올라서면서 좌우 2개의 바퀴로 달린다.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 단순히 목적지 인근까지 이동할 1~2인용 탈것의 개념을 넘어선다.
목적지 인근에서 라스트 모빌리티로, 그리고 일반 도로에 진입하면 ‘플래툰 드라이빙’, 이른바 군집주행으로 자동차의 기능을 해낸다.
도로에 나오면 다른 이동체와 앞뒤로 결합한다. 물리적으로 맞닿는 것이 아니라 차간거리를 스스로 설정해 달리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일반도로에서는 열차의 앞뒤를 잇는 ‘차량’처럼 달리는 셈이다.
물론 자율주행은 기본이다. 교통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 있고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으며 자동차 정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목적지 근처까지 자동차처럼 달리고, 최종 목적지까지 라스트 마일까지 책임진다는 뜻이다. 목적지에 내리면 EN-V 스스로 주차장을 찾아들어가는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EN-V를 개발한 궁극적인 목적은 교통정체를 줄이기 위해서다.
자동차 정체는 운전자마다 앞차와 차간거리를 다르게 인식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도로 위의 자동차들은 물리적으로 제각각의 속도와 방향을 가지고 움직인다. 운전자는 심리적으로 앞차와 간격이 벌어지면 이를 줄이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는다. 간격이 너무 좁혀졌다면 다시 속도를 줄여 감속한다. 일정 수치의 차간거리를 유지하며 달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자동차가 앞차와 거리를 좁혔다 늘리기를 반복하면 뒤쪽으로 갈수록 정체가 빚어지기 마련이다.
자율주행 시대가 본격화되고 군집주행이 안정화되면 자동차 정체가 크게 줄어든다. 앞차와 바짝 붙어 열차처럼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가 도래하면 EN-V는 최적의 탈것이 된다. 자동차 전용도로에 올라서 자연스럽게 다른 EN-V와 소통하며 여러 대의 군집주행에 합류한다. 목적지 인근에서는 자연스럽게 출구로 빠져나가는 방식이다.
물론 강력한 네트워크 연결성을 앞세워 다른 자동차와 5G 통신은 물론 GPS를 통해 실시간 교신하는 게 필수다.
1인용 전동 스쿠터가 이제 막 실용화 단계에 들어섰다면, GM이 내놓은 아이디어는 이보다 한 시대 더 앞선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