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절 휴가 연장이 지난 9일 종료되면서 중국에 공장을 두거나 중국 업체과 거래하는 국내 중소기업의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다. 춘절 연휴를 대비한 물량은 소진됐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여파로 바로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는 업체들이 나타나면서다.
포장기계ㆍ충전기 제조업체인 A사는 중국 장쑤성 창수시 현지 공장에서 부품을 들여오는 업체다. 11일 A사 대표인 오 모 씨는 직원들이 다 창수시로 복귀하지 못해 다음 주가 돼야 공장이 가동될 것으로 내다봤다. 춘절 연휴는 끝났지만 코로나 여파로 직원 복귀가 늦어지고 있어서다. A사의 중국 공장 직원 수는 50명가량이며 전부 중국인이다.
오 모 씨는 “창수시 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기차표를 다 구한 것이 아니어서 이번 주는 공장이 가동되기 힘들 것”이라며 “다음 주부터 가동될 것 같지만, 그마저도 정상 가동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달 내로 공장이 정상가동 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소화전함 제조ㆍ시공업체인 B사는 중국 현지 업체에서 샘플 물량을 받지 못해 직격탄을 입었다. B사 대표인 장 모 씨는 원래 이달 5일 중국에서 들여와야 하는 샘플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0일에 언제 샘플을 받을 수 있을지 회의하기로 했는데, 현재까지 연락이 안 되고 있다”며 “샘플을 받아야 국내 건설사 현장에 제품 승인을 받는데 그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B사가 거래하는 중국 현지 공장은 허난성 남부 신양에 있다.
업체들은 올해 목표한 매출액을 불가피하게 하향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건설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B 업체는 신종 코로나 피해로 20억 원 가량의 손해를 전망했다. 한 세트당 40만 원인 제품을 1000~1200세대에 납품하는데 4개 현장에서 손해가 발생한다고 가정한 결과다.
장 대표는 “작년 말 개발한 신제품이 올해 출시돼 원래는 올해 매출액이 30% 뛸 것으로 잡았다”며 목표한 매출액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섬유 가공 기계 제조업체인 C사는 한 달 매출액이 반토막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C사 대표인 장 모 씨는 “한 달 매출액이 50억 원 되는데 절반가량 줄어들 것”이라며 “중국에서 부품을 들여와야 하는데 현지 상해 공장이 이달 2일에서 17일로 재가동 날짜를 늦췄다”고 말했다. 15일의 부품 조달 공백기가 생긴 셈이다. C사는 부품의 3분의 1가량을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베트남에도 공장이 있지만, 베트남 공장도 부품 대부분을 중국에서 들여와 3월 생산 계획은 세우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중국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고 입을 모아 토로했다.
A사 대표인 오 모 씨는 “사스 때와 차원이 다르다”며 “중국 정부에서 공장 재개 조건을 까다롭게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 현지 공장에 보낼 마스크를 국내에서 발품 팔아 2000개를 구해 최근 보냈다고 밝혔다. B사 대표도 사스 때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며 이 같은 상황이 6개월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중기중앙회가 10일 발표한 ‘신종 코로나 사태 관련 중소기업 피해 현황 및 의견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3곳 중 1곳은 신종 코로나에 직접적 피해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중앙회는 중국 수출입업체, 중국 현지법인 설립업체, 국내 소상공인 서비스업체 25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세부적으로 제조업은 31.0%, 서비스업은 37.9%의 기업이 손해를 입었다. 피해 기업 중 제조업은 ‘원자재수급 차질(56.4%)’, ‘부품 수급 차질 (43.6%)’등을 겪었고, 서비스업은 76.6%의 기업에서 ‘방문객 감소로 매출 축소’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