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해 출마 ‘부적격’ 판정을 확정했다. 정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 보도와 관련한 명예훼손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4‧15 총선에서 금태섭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 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10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전날 공천관리위원회가 결정한 정 전 의원에 대한 4·15 총선 예비후보자 부적격 판정을 확정·의결했다. 앞서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6일과 9일 두 차례나 결론을 유보하며 정 전 의원이 결단을 내리도록 압박했고, 전날에는 이해찬 당 대표가 직접 나서 면담을 하기도 했지만 정 전 의원은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에 결국 지도부가 직접 칼을 빼 든 셈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결정은 4·15 총선 공천과 관련한 논란의 여지를 미연에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 전 의원은 2018년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미투(Me Too)’ 논란에 휩싸인 뒤 언론사와 무고·명예훼손 소송을 진행 중이다. 정 의원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고, 재판부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서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미투 논란’ 자체가 총선 전체 구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정 전 의원의 출마를 허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민주당의 판단이다.
‘부적격 판정’을 최종 확정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간 민주당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씨 등 논란의 당사자를 정리할 때 물밑에서 설득한 뒤 ‘자진사퇴’하는 형식을 취했다. 민주당은 정 전 의원에게도 같은 방식을 시도했지만 정 전 의원은 ‘억울하다’며 출마 의사를 접지 않았다. 이에 앞선 인사들과 달리 ‘부적격 판정’을 통해 출마자격을 제한하게 됐다.
정 전 의원은 이날 곧바로 당의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하루 연기해 11일 입장을 표명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