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사라진 조현아에 남은 48시간…'주주제안' 맹탕될까 비수될까

입력 2020-02-11 16:00 수정 2020-02-1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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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이전 주주제안 내놔야…전문경영인·이사회 추천, 재무개선안 등 3가지 필수

(손미경 기자 sssmk@)
(손미경 기자 sssmk@)
오는 14일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 주주총회에 내놓을 주주제안에 재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유휴자산 매각 및 그룹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빠르게 내놓으면서 조 전 부사장을 주축으로 한 '반(反) 조원태 3자 연대'에게 공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유휴 자산ㆍ부지 매각은 그동안 3자 연대가 조 회장 측에 끊임없이 요구해 온 사안일 뿐 아니라, 3자 연대가 주주제안서를 내놓기로 한 시점까지 이를 뛰어 넘을 정도의 반격카드를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11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현아ㆍKCGI·반도건설 3자 연대는 오는 14일까지 한진칼 주주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 주주제안 마감 시한은 주주총회 6주 전으로 한진칼 주총은 3월 27일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주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는 최소 3가지 전략이 꼭 담겨 있어야 한다.

우선 3자 연대가 그토록 강조해왔던 전문 경영인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앞서 3자 연대는 지난달 31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의 현재 경영상황이 심각한 위기상황"이라며 "전문경영인제도의 도입을 포함한 기존 경영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에 함께 공감했다"고 동맹을 선언했다.

또 "그동안 KCGI가 꾸준히 제기해 온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체제 도입과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를 통해 주주 공동이익을 구현할 수 있는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정립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항공업에 정통한 인재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항공 분야에서 제대로 경험을 쌓아온 전문가들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현재 경영진들이 경험과 노하우가 많은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또 3자 연대가 내세웠던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책도 보여줘야 한다. 이미 조 회장은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한진칼 이사회 의장직을 외부인에게 넘길수도 있다는 의미로 '의장직과 대표이사직 분리안'을 내놨다.

이 같은 상황에서 3자 연대는 주주들에게 진정성과 신뢰성을 보여줄 수 있는 사외이사들을 확보, 추천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인 '한진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대책들도 강구해야 한다. 이미 조 회장이 내놓은 비수익 자산 매각 등 외에 어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조 회장은 대한항공과 한진칼 이사회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호텔ㆍ레저 사업 구조 개편, 저수익 자산 및 비주력 사업 매각 및 그룹 핵심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세웠다.

매각 대상들은 공교롭게도 조 전 부사장의 과거 주력 사업(호텔ㆍ레저)과 겹친다. 칼호텔네트워크 소유의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 미국 LA소재 윌셔그랜드센터 및 인천 소재 그랜드 하얏트 인천,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부지 등이 포함돼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이 어떤 방안을 내놓느냐에 따라, 이들의 주주제안은 조원태 회장에게 향하는 비수가 될 수도, 주주들이 외면하는 맹탕인 내용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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