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작년 10~12월 영업익 전년비 99% 급감…비전펀드, 2.4조 손실

우버·위워크 부진으로 지난해 롤러코스터 상태…엘리엇 투자·스프린트 합병 호재 등으로 올해 주가는 21% 상승

▲소프트뱅크 주가 추이. 12일(현지시간) 종가 5751엔. 출처 마켓워치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주력인 펀드사업의 투자 실패로 극도로 부진한 실적을 내놓았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2019 회계연도 3분기(작년 10~12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9% 급감한 25억8800만 엔을, 순이익은 92% 줄어든 550억 엔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블룸버그 집계 전문가 예상치 3347억 엔은 크게 밑돌았지만 전분기의 7044억 엔 적자에서는 벗어났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급감은 소프트뱅크 투자사업인 비전펀드가 2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간 영향이다. 비전펀드의 지난 분기 영업손실은 2251억 엔(약 2조4000억 원)에 달했다. 그나마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보유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이 홍콩증시에 상장하면서 3319억 엔의 지분 변동 이익이 발생해 영업손실이 일어나는 것을 막았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소프트뱅크와 손정의는 지난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천당에서 지옥으로 추락했다. 소프트뱅크는 1년 전 사상 최대 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해 회사 주가를 닷컴버블이 절정에 달했던 2000년 이후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세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테크놀로지의 실망스러운 기업공개(IPO)에 이어 세계 최대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의 몰락으로 주가와 회사 실적 모두 급격히 추락했다. 특히 위워크는 IPO를 취소한 것은 물론 아예 소프트뱅크가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직접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는 신세가 돼 손정의 회장의 명성에도 금이 가게 했다.

다만 최근 행동주의 투자자 폴 싱어가 이끄는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소프트뱅크 지분 약 30억 달러어치를 매입하는 등 호재가 나오면서 소프트뱅크 주가는 올 들어 가파르게 회복했다.

특히 이날 실적 발표 전 도쿄증시에서 소프트뱅크 주가는 전일 대비 12% 폭등한 5751엔으로 마감했다. 이는 뉴욕연방지방법원이 전날 미국 3위 이동통신업체 T-모바일US와 4위 스프린트의 합병을 인정했다는 호재가 전해진 영향이다. 스프린트는 소프트뱅크 자회사다. 소프트뱅크 주가는 올 들어 지금까지 21% 상승했다.

가와사키 도마오키 이와이코스모증권 애널리스트는 “엘리엇이 현재 관여하고 있어 소프트뱅크 자사주 매입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투자자들은 손 회장의 투자 결과를 보고 싶어 한다. 현 시점에서 그는 알리바바밖에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