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조차 힘들다던 중국발 코로나19 충격파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글로벌 ‘큰손’ 중국이 지갑을 닫자 국제시장에서 주요 상품 가격이 줄줄이 하락세다. 각국은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하향 조정에 들어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월례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하루 평균 원유 수요 증가폭을 기존 122만 배럴에서 18.9% 낮춘 99만 배럴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전 세계 하루 평균 원유 수요량은 1억73만 배럴에 그칠 전망이다.
OPEC은 “중국 코로나19 여파로 원유 수요가 대폭 감소할 전망”이라면서 “춘제를 끼고 여행 제한 조치가 걸려 특히 항공 연료 수요가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로존과 인도의 성장 둔화에 중국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원유 수요가 얼어붙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원유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16% 하락했다. 중국의 도시 봉쇄로 수백만 명의 발이 묶이면서 여객기가 뜨지 못한 영향이다.
원유뿐만이 아니다. 주요 상품 가격도 뚝 떨어졌다. 지난 1월 17일 중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공론화한 이후 브렌트유 가격은 16% 하락했고 구리와 철광석은 각각 9%, 11% 떨어졌다. 천연가스 가격은 20%나 빠지면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리서치 회사 리스타드에너지는 액화천연가스(LNG)의 올해 수요 전망치를 13%에서 4.7%로 낮췄다.
금속 가격 급락은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는 중국이 주문을 거둬들여서다. 중국은 전 세계 철광석의 75%, 원유의 15%를 소비하고 있다.
중국 난징항에서 근무하는 크레인 매니저는 “항구에 배가 없다. 선박의 입항 요청도 작년에 비해 40% 이상 감소했다”면서 “이런 상황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인력과 상품의 이동이 얼어붙으면서 각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문가 6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3%가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고 0.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답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수요 급감 충격이 생각보다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로써 미국 경제성장률은 1.6%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태국 정부도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3%에서 2.8%로 낮췄다. 이동 제한으로 경제를 떠받치는 관광 산업이 직격탄을 맞아서다.
대만도 12일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8%가 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작년 11월 예상치보다 1.22%포인트 낮춘 것으로, 성장률이 2%대를 밑도는 건 1년 만이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자회사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2.8%에서 2.5%로 낮춰 잡은 바 있다.
콘스탄츠 헌터 KPMG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성장률은 더 타격을 받을 것”이라면서 “이는 글로벌 상품 가격부터 재화·서비스 수요까지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