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줄이고 사업 접고…위기의 유통공룡, 기업명 빼고 다 바꾼다

입력 2020-02-13 17:32 수정 2020-02-1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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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200개 점포 정리하고 서비스사 변신…신세계는 삐에로쑈핑 접고 일렉트로마트 집중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

국내 유통공룡이 빙하기에 직면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필두로 오프라인 중심의 외형 성장을 거듭해오던 롯데와 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는 몇 해 전부터소비 패러다임이 온라인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면서 출점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뒤늦게 기존 사업구조 재편과 온라인 강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이미 시장을 장악한 이커머스 기업들을 넘어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연초부터 불거진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쇼핑을 자제하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올 1분기 사상 최악의 분기 매출이 예견된 상황이다.

◇몸집 줄이고, 사업 접고, 새판 짜는 유통공룡= 대형 유통업체들은 닥친 위기 해결에 분주한 모습이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문을 과감히 정리하고 특정 사업부에 집중된 매출구조 재편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는 먼저 본부 조직을 축소하고 영업 현장을 강화하는 조직 개편에 나서는 한편 정기임원인사에서 50대 중반의 최고경영자(CEO)를 대거 선임하고 젊은 대표와 신임 임원을 적극 발탁하는 등 젊은 인재로의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직접 앞장서서 강도 높은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달 15일 열린 사장단 회의(2020 상반기 LOTTE VCM)에서 “우리 스스로 기존의 틀을 깨고 시장의 룰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총 700여개 점포 중 약 30%에 달하는 200여개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는 초강수를 통해 영업손실을 축소하고 재무건전성을 높이기로 했다. 아직까지 정리 대상 점포를 선정하지 않은 만큼 당장의 구조조정은 없겠지만, 점포 선정이 마무리되면 명예퇴직, 희망퇴직 등을 통한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신세계 역시 지난해 말 사상 첫 외부 영입 CEO를 발탁하며 실적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베인앤컴퍼니 출신의 강희석 대표를 영입해 이마트 체질 개선에 나섰다. 강 대표는 2020년 키워드를 초저가와 그로서리 강화, 전문점 개편으로 정하고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초저가 상품 공세를 강화해 집객효과를 높이는 한편, 기존점의 30% 이상을 리뉴얼해 그로서리 경쟁력을 강화한다.

전문점 사업도 재편한다. 정 부회장이 야심차게 론칭했던‘ 삐에로쑈핑’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한 것도 강 대표다.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일렉트로마트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노브랜드와 센텐스 의 글로벌 진출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 백화점·마트 대신 온라인·화장품 키운다=롯데쇼핑과 신세계는 부진한 실적 만회를 위해 백화점과 마트로 대표되는 주력 사업에서 힘을 뺀다. 대신 매장효율성을 제고하고 패션사업 등을 대안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롯데쇼핑은 핵심 역량인 ‘공간, MD,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미래를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오프라인에 보유한 100만평 규모의 매장 공간, 40여년 간 축적된 MD 노하우와 3900만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유통’이라는 굴레를 벗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서비스 회사’로 변화를 꾀하면서 ‘게임 체인저’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경쟁력이 낮은 중소형 백화점의 식품 매장은 신선식품 경쟁력을 갖춘 슈퍼로 대체하고, 마트의 패션 존은 다양한 브랜드에 대한 바잉 파워를 갖고 있는 백화점 패션 바이어가 기획 진행하는 등 기존 매장 운영 개념에서 벗어나 ‘융합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는 백화점과 마트는 부진했지만 면세점ㆍ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자회사가 지난해 실적을 견인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 인터내셔널을, 이마트는 일렉트로마트를 각각 오프라인 위기를 넘어설 열쇠로 지목하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 모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태세다. 롯데는 3월 말 유통 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통합하고 온라인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며, 이마트의 SSG닷컴은 올해 거래액 목표를 3조6000억원으로 잡고 있다. 그러나 이미 온라인 시장을 쿠팡, 마켓컬리 등이 장악한 상태에서 몸집이 커진 유통공룡의 변화가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SSG닷컴은 지난해 영업적자는 약 350억원으로 적자가 전분기 대비 100억원 이상 확대됐다”면서 “가시적 성과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프라인 사업 부진에도 불구 규제의 빗장이 오프라인에 집중된 것이 유통공룡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에 발길이 끊긴 것은 물론 매장 폐쇄가 이어지자 의무휴업이 지나친 규제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최근 의무휴업일을 일시적으로라도 주말에서 평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는 “마트 및 쇼핑몰 규제는 국제적인 추세와 반대로 가고 있다”면서 “지나친 규제가 유통업계 전반을 공멸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장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코로나19 때문에 더욱 어려워졌다”면서 “의무 휴무일을 대형마트 자율에 맡기는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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