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테마주’로 주목받고 있는 오공이 경쟁사로 이직한 직원에게 ‘갑질성’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가 오히려 허술한 영업비밀 관리 체계를 드러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공은 최근 경쟁사로 이직한 영업직원이 자사의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며 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오공 측이 유출됐다고 주장한 영업 비밀은 특정 제품과 관련된 △제품 설계서 △품목별 조이익률표 △거래업체 내역 △거래처별 제품 단가 등이다.
이 직원이 관리한 거래처에서 나오는 매출은 연간 55억 원 수준으로 오공 최근 전체 매출액(540억 원)의 1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공 측은 해당 직원이 영업부에 재직하면서 영업 비밀을 다수 알게 됐고, 채용 당시 영업 비밀 유출금지 서약서를 작성했음에도, 이직한 회사에서 영업비밀을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직원에게 2억 원의 손해배상과 영업비밀 유출 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해당 소송은 기각됐다. 재판부가 오공이 주장한 내용에 대해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오히려 오공의 불실한 관리 체계만 부각됐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내용을 살펴보면 ‘제품설계서’ 사본은 구매팀, 품질관리팀, 생산부, 영업부 팀장, 생산부, 구매부 직원에게 공지됐다. 또 품목별 조이익률표는 해당 직원의 상사가 출력해 줬다. 거래업체 내역은 인수인계를 위해 퇴사직원이 만든 것이었다.
특히 제품설계서 등에는 대외비 등의 표시가 없었고, 그 관리와 보안에 관한 규정도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았다. 관리 체계 역시 없었다. 특히 오공이 유출됐다고 주장한 자료에는 원료명, 투입량, 공정, 검사규격, 제조시 유의사항 등 일반적으로 민감한 사항이 다수 포함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안 체계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판결에 대해 오공 측은 “소송 당시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했던 내용이 실은 영업비밀이 아니다”라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을 했다. 경쟁사로 이직한 직원에게 ‘경고성’으로 소를 제기했다는 설명이다.
오공 측은 “해당 내용은 원래 영업비밀이 아니다. 대외비 문서는 따로 관리된다”며 “경쟁사로 이직한 직원에게 경고 차원에서 소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밀 유출 금지 조항이 있지만, 경쟁업체로 이직했기 때문에 정황상 영업비밀을 유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직원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20여 년 가까이 일했던 회사에서 이직했다는 이유만으로 소송이 걸린 셈이다. 소 제기 시점은 이직 후 3개월이 지났을 때다. 그리고 해당 재판에 걸린 시간은 9개월 남짓. 결국 이직 후 1년 동안 2억 원이라는 거액을 배상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갑질’이란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개인이 살면서 소송 걸릴 일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소송 자체가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특히 손배소가액이 억 단위면 압박이 무척 크다”고 설명했다.
오공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당 직원이 영업 비밀을 유출했다는 증거가 없어서 패소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실제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는 일부 증인의 증언에 대해 ‘믿지 않겠다’고 판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