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이 무어라 해도 북한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2016년 북한 경제가 3.9% 성장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숫자가 정확하다면 그런 성과는 중국과의 무역을 중심으로 한 대외부문이 추동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러나 2017년 유엔 안보리 결의 2371호 이후 북한의 외화 획득 수단이 90% 이상 줄어들었다. 작년 12월부터는 해외 노동자도 철수하게 되어 있다. 시간이 갈수록 달러가 마르고 있을 것이다. 북한에서는 주민들도 휴대전화나 태블릿 같은 물건을 살 때 달러 현금을 내야 하며 평양 시내 고층 아파트도 달러 현금으로만 거래될 만큼 달러화가 심하게 진행되어 있다. 달러가 마르면 북한 경제의 혈관에 피가 마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1월 대통령 선거 때까지는 김 위원장을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는 보도가 있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전에 김 위원장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 선거에 득이 된다면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미국 경제가 드물게 활황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 탄핵안이 부결되면서 그의 기세가 한층 더 올라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그가 굳이 북한과의 협상 성과에 목을 맬 필요가 없을 것이다. 뉴햄프셔까지 마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스스로를 민주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라고 말하는 버니 샌더스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주의자 민주당 후보와 대결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현재까지 북한은 하노이에서 제시한 수준 이상의 양보를 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따라서 북-미 간에 무슨 합의가 이루어지려면 미국이 양보를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합의는 워싱턴에서 뭇매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고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득이 되기 어렵다. 어떤 미국 정치 논객은 올해 대선에서 사회주의자가 후보로 나서는 ‘경이로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한 보수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주의자’ 민주당 후보와 겨루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가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과 신통치 못한 타협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 북한에 더욱 심각한 것은 코로나바이러스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정면돌파를 부르짖으며 호기 있게 나온 배경에는 작년 6월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북 이후 중국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있어서일 것이다. 시 주석이 평양에 갔을 때 북-중은 문화, 관광 분야 협력을 강조했다. 작년에 북한이 관광, 위락시설 건설에 유난히 열을 올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금쯤은 중국 관광객이 대거 밀려와 아쉬운 대로 외화 수혈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관광객의 발길을 막고 있다. 그보다 더 큰 걱정이 있다. 북한은 대다수 주민들이 영양부족 상태에 있어서 면역력이 약하다. 보건의료 수준 또한 열악하여 자칫 대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거리가 좀 있지만 북한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란의 상황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술레이마니 사령관 살해에 대해 이란 국민들이 분노하고 미국 내와 국제사회 일각에서도 비판이 이는 듯했으나 이란 공화국 수비대의 우크라이나 민간 여객기 격추로 상황이 역전되었다. 국제 여론이 악화한 것은 물론 이란 국내에서도 고립과 결핍을 강요하는 물라 정권의 타도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쓸 수 있는 수단은 강도 높은 도발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매우 조심해야 할 것이다. 첫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다. 대선 가도에서 자신감을 얻은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옵션은 아니더라도 유례없이 강력한 제재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중국 또한 민감한 상태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처 과정에서 시 주석이 어려운 처지에 몰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중국이 반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퍼펙트 스톰이 닥쳐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