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인터넷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다. 사람 간의 모임에서, 심지어 가족의 외식 자리에서조차도 서로 간의 대화보다 각자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진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소통수단의 변화를 가져왔다. 인류 최초의 소통수단은 기원전 3만 년 프랑스의 동굴벽화로부터 시작된다. 1994년 미국에서 개발된 월드 와이드 웹(WWW)은 빠른 속도의 뉴스 전달과 온라인 쇼핑을 가능케 하였으며, 최근 각광받고 있는 1인 방송은 2005년 선보인 유뷰트를 통해 가능해졌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이렇듯 인류 삶의 형태와 질을 바꾸고 있으며, 우리는 과학기술의 발전 정도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학기술력을 기반으로 하여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이루고 국가 경쟁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국민이 과학기술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대단히 중요하다. 1825년 세계 최초로 스톡턴-달링턴 철도를 개통한 영국은 1830년 리버풀-맨체스터 노선으로 본격적인 철도 교통의 세계를 열었으나, 이후 미국이 철도망과 철도기술에서 앞서간 것은 광활한 서부개척을 위한 이동수단의 필요와 이에 따른 국가 정책 수립 및 실현에 의한 결과이다. 최근 발생한 일본의 반도체 규제 사태에서도 우리는 국가 과학기술력 확보의 중대성을 확인한 바 있다. 정부와 산학연 관계자들이 협력하여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실천해 나가야 한다.
연구자가 행복할 때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다. 어려운 연구를 열심히 수행하는 것은 연구자의 기본 임무이다. 그러나 이에 더하여 좋은 연구를 수행할 수 있고 그 결과를 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과학적 사회 인프라 조성도 중요하다. 연구현장의 문제점에 대하여 방관과 부정적인 불만을 토로하기보다는 과학적 사고와 합리적 방식에 입각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과학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외부와의 소통을 통하여 사회 전반적인 신뢰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외부활동에도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통계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한스 로슬링은 ‘팩트풀니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지는 체계적이고 집단적인 무지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다. 그가 책에서 낸 문제 중 하나가 ‘오늘날 전 세계 1세 아동 중 어떤 질병이든 예방접종을 받는 비율은 몇 퍼센트나 될까’이다. 3개의 보기 20%, 50%, 80% 중 정답을 맞힌 사람은 응답자 중 13%에 불과했다고 한다. 정답은 80% 이상으로,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세계 거의 모든 아동이 예방접종을 받고 있으나, 단지 대중에 전달되어 인식되지 못한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과학기술인의 역할에 연구뿐만 아니라 외부와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최근 필자는 한정된 시간에 강의와 연구, 그리고 가사 및 육아 등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역의 젊은 과학기술인 30여 명이 참여하는 ‘산학연 3040 네트워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자들이 수행하고 있는 연구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공동연구를 활성화하고, 사업화가 가능한 기술을 발굴해 기업에 제공하여 산업체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모임에서는 연구자들이 직접 만나기 어려운 중앙의 오피니언 리더와 정책 관계자들을 초청하여 과학기술 연구개발 과정에 필요한 소통을 진행하고, 참여 연구자들의 ‘5분 톡’을 통하여 각자의 연구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모임이 거듭될수록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음에 보람과 함께 연구성과 공유와 소통을 위해선 누군가에 의한 시도가 필요함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온·오프라인을 통한 과학기술인들의 모임이 활성화되고, 이를 통한 사회와의 소통이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