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 상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한국 국적 항공사 비행기 내에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현재 60여 편이 제공되는 영화 숫자를 연내 400여 편으로 늘릴 예정이다. 또 새로 업데이트되는 영화 콘텐츠는 기존 월 평균 18편에서 40여 편까지 늘어나게 됐다.
그러나 이 목록에 ‘기생충’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빈부 격차 등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을 다룬 영화라는 이유로 기내 상영 영화 선정시 제외됐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기내 상영 영화 선정 기준을 두고 여객기 사고 장면 등 승객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영화는 상영 목록에서 제외하고 있다. 또 특정 국가, 민족을 비하하는 내용이나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을 다룬 영화, 정치ㆍ사회적 논란이 될 수 있는 소재를 다룬 영화 등도 배제한다.
영화 ‘기생충’은 양극화와 빈부 격차라는 현상을 블랙 코미디 방식으로 전달한다. 전 세계 영화계가 조명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정작 이 부분 때문에 비행기 안에서는 ‘상영 불가’ 판정이 나오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에서도 ‘기생충’을 찾아볼 수 없긴 마찬가지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기생충’이 작년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당시 이미 내부적으로 기내 상영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기내 영상 담당팀에서 선정적인 장면이 포함됐다고 지적해 결국 기내 상영 목록에서 제외됐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기내에서는 연령 통제가 안 되기 때문에 주로 전체 관람가나 12, 15세 관람가 영화를 선정해서 상영하고 있다”며 “15세 관람가여도 혐오ㆍ공포감ㆍ불쾌감을 줄 수 있는 영화는 제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급에도 문제가 생겼다. 국적 저비용항공사(LCC) 중 처음으로 이달부터 국제선 전 노선에서 기내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에어서울은 ‘기생충’의 상영 가능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나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한편 외항사 중 에미레이트항공에서는 ‘기생충’을 찾아볼 수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최근 자사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기생충’을 비롯한 최대 4500개 이상의 채널로 구성됐다고 홍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