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의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에서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이번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리면서 LG화학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ITC는 14일(현지시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ITC가 영업비밀침해 소송 전후의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에 의한 악의적이고 광범위한 증거 훼손과 포렌식 명령 위반을 포함한 법정모독 행위 등에 대해 법적 제재를 내린 것으로 더 이상의 추가적인 사실심리나 증거조사를 하지 않고 LG화학의 주장을 인정하며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당초 3월 초로 예정된 ‘변론(Hearing)’ 등의 절차 없이 바로 10월 5일 ITC위원회의 ‘최종결정(Final Determination)’만 남게 됐다.
LG화학은 지난해 11월 5일 ITC에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판결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4월 8일 LG화학이 인력 유출과 관련해 내용증명 경고공문을 보낸 직후 3만4000개 파일 및 메일에 대한 증거인멸 정황이 발각된 것은 물론, 같은 달 29일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제기한 다음날 이메일을 통해 이번 소송의 증거가 될 만한 관련 자료의 삭제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LG화학은 ITC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SK이노베이션이 포렌식을 해야 할 75개 엑셀시트 중 1개에 대해서만 진행하고 나머지 74개 엑셀시트는 은밀히 자체 포렌식을 진행한 정황 등 법정 모독행위도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조기패소 판결로 배터리 사업이 큰 시련을 맞닥뜨리게 됐다. 조기패소 판결에 이어 ITC위원회에서 ‘최종결정’을 내리면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의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LG화학은 이번 판결에 대해 2차전지 관련 지식재산권 창출 및 보호를 지속 강화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소송의 본질은 30여년 동안 축적한 당사의 소중한 지식재산권을 정당한 방법으로 보호하기 위한 데 있다”며 “조기패소판결이 내려질 정도로 공정한 소송을 방해한 SK이노베이션의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법적 제재로 당사의 주장이 그대로 인정된 만큼 남아있는 소송절차에 끝까지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LG화학은 지난해 4월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 등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다.
이에 맞서 SK이노베이션 역시 작년 6월 국내 법원에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두 달 뒤에 ITC에 LG화학은 물론 LG전자까지 ‘특허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