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美 ITC, SK이노베이션 조기패소 예비판결…LG화학 '승기'

입력 2020-02-16 11:15 수정 2020-02-1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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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 "최종판결 예의주시"…상황별 시나리오 준비로 '투자확대' 등 전망도

LG화학이 ‘2차전지 영업비밀 소송’에서 승기를 잡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예비 판결을 내리면서 LG화학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 것이다.

ITC는 14일(현지시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렸다.

이는 지난해 11월 5일 LG화학이 요청한 조기패소 판결을 승인하는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내린 것으로, ITC위원회는 3월 초로 예정된 ‘변론(Hearing)’ 등의 절차나 추가적인 사실심리, 증거조사 없이 10월 5일 최종 결정(Final Determination)을 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이번 판결은 ITC가 영업비밀침해 소송 전후의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에 의한 악의적이고 광범위한 증거 훼손과 포렌식 명령 위반을 포함한 법정모독 행위 등에 대해 법적 제재를 내린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LG화학은 조기패소 판결을 요청한 당시 SK이노베이션이 증거를 인멸했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이 지난해 4월 8일 인력 유출과 관련해 내용증명 경고공문을 보내자 SK이노베이션은 3만4000개 파일 및 메일에 대한 증거를 인멸했고, 같은 달 29일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제기하자 바로 다음날 이메일을 통해 이번 소송의 증거가 될 만한 관련 자료의 삭제를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LG화학은 ITC의 포렌식 명령에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법정 모독행위도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ITC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은 지난해 11월 15일 LG화학의 요청에 찬성하는 취지의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OUII는 “SK이노베이션이 증거를 훼손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며 ITC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았으며, 이런 행위들 중 일부는 고의성이 있어 보인다”면서도 “다만 SK이노베이션 측이 쟁점에 대해 설명할 기회가 있어야 하므로 청문회가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조기패소 결정에도 최종판결을 지켜봐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최종판결에서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도 있고, 최종판결에서 패소하더라도 대통령이 이를 비토(거부권)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ITC 판결과 관련해)여러 사례가 있어 최종판결이 어떻게 날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만약 ITC위원회에서 SK이노베이션의 패소를 최종 결정하면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한국에서 보내는 일부 자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이 이미 미국 조지아에 배터리 생산시설을 확보한 만큼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향이 크지 않더라도 SK이노베이션은 최종판결 시나리오에 따른 다양한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비토 행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국 현지 투자를 늘릴 수도 있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은 2025년까지 누적 약 1조 9000억 원(16억7000만 달러)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 배터리 공장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더해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에는 미국 조지아 배터리 공장에 연내 대규모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도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급성장하는 미국 시장을 감안해 단계별로 투자 확대를 검토 중”이라며 “1차 투자에 버금가는 수준의 연내 추가 투자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LG화학 역시 미국 자동차 회사인 GM과 손잡고 총 2조 원을 투자하며 미국 오하이오주에 두 번째 전기차 배터리셀 생산기지 설립을 발표하며 이에 맞서고 있어 향후 양사는 투자 대결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LG화학은 이번 판결에 대해 2차전지 관련 지식재산권 창출 및 보호를 지속 강화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소송의 본질은 30여년 동안 축적한 당사의 소중한 지식재산권을 정당한 방법으로 보호하기 위한 데 있다”며 “조기패소판결이 내려질 정도로 공정한 소송을 방해한 SK이노베이션의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법적 제재로 당사의 주장이 그대로 인정된 만큼 남아있는 소송절차에 끝까지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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