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중국인 발길 뚝...전 세계 명품거리 찬바람

입력 2020-02-16 13:51 수정 2020-02-1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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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금융위기 이후 최악 위기 우려”

▲중국 상하이에 있는 루이뷔통 매장. 상하이/EPA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에 있는 루이뷔통 매장. 상하이/EPA연합뉴스
세계 명품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영국 런던 본드스트리트에서 프랑스 파리 방돔광장, 중동 두바이몰에 이르기까지 중국인들로 북적이던 명품 거리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찬바람이 불면서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코로나19로 5000만 명 이상의 중국인이 격리 상태이고, 70여개국에서 중국인에 대한 여행과 비자 발급이 제한된 상태다. 이에 중국 내는 물론 글로벌 명품업계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작년 명품업계 매출 3050억 달러(약 361조 원) 중 40%가 중국인들에 의한 것이었고, 매출 성장률의 80%를 중국인들이 견인했다고 추산했다.

보통, 중국인들은 해외 여행 시 명품거리로 가장 먼저 달려가는데, 지난주에는 그런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NYT는 전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명품업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등 패션의 도시에서 매년 열리는 패션쇼 중 일부가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되고 있는 것도 명품업계의 위기감을 자극하고 있다.

배우 셀마 헤이엑의 남편이자 프랑스 패션 재벌인 프랑소와 앙리 피노 케링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우리 환경은 코로나19로 인해 완전히 바뀌었다”며 “케링의 중국 내 매장 절반이 문을 닫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분기별 실적이 좋았음에도 중국 본토 방문객은 심각하게 줄었다. 코로나19 때문에 글로벌 매출도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매출의 20%를 올리고 있는 영국 버버리는 “홍콩 시위로 인한 혼란보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더 나쁘다”고 토로했다. 버버리는 중국 본토 매장의 약 3분의 1을 닫은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패션업체들도 실적 전망을 낮추고 있다. 마이클코어스와 베르사체, 지미추 등의 브랜드를 가진 카프리는 중국 본토 225개 매장 중 150개를 폐쇄하고, 1분기 매출을 1억 달러 낮췄다. 코치와 케이트스페이드 등의 브랜드로 알려진 태피스트리 역시 중국 매장 대부분을 닫고, 매출이 2억5000만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번스타인의 루카 솔카 명품시장 전문 애널리스트는 “명품산업은 중국의 갑작스러운 소비 침체로 타격을 받았다”며 “코로나19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때보다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큰 손님인 중국인들의 소비 위축에 명품업계의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지난달 중국 적십자사인 홍십자회에 220만 달러를 기부했고, 그 며칠 후 스위스 명품시계 그룹 리치몬트는 140만 달러를, 케링그룹은 110만 달러를 각각 기부했다.

UBS는 “2020년 2분기 중국 소비가 20% 감소했다고 가정했을 때, LVMH와 에르메스 같은 명품 브랜드의 주당 순익은 3%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리치몬트와 버버리 같이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타격이 더 커 각각 8%, 7% 감소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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