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문프는 계획이 다 있구나(마스크는요?)

입력 2020-02-1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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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환 정치경제부 정치팀장

차량 1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독일인들은 이 주차장에 100대의 차를 댈 수 있다. 뭐든 정확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120대를 주차할 수 있다. 차도 작은 데다 아끼고 줄이는 습성이 몸에 밴 탓이다. 그렇다면 중국인은 이 주차장에 몇 대를 주차할 수 있을까. 답은 2대다. 입구에 한 대, 출구에 한 대.

다분히 인종차별적인 이 농담은 ‘다시는 중국인으로 태어나지 않겠다’라는 책에 등장한다. 제목만으로 이미 한 권 다 읽은 느낌적인 느낌의 이 책은 중국인이 썼다. 물론 반체제 인사이며, 지금은 중국을 탈출해 유럽에 살면서 ‘모국까기’에 열중하는 학자다.

중국 욕하는 이야기를 하려나 기대한다면, 이 질문으로 실망시켜 드리겠다. 그 주차장, 한국인은 몇 대나 주차할 수 있을까. 요즘 여론을 대입하면 “한 대도 못 댄다”가 아닐까 싶다. 입구와 출구를 가로막은 중국의 허락을 얻어야 하는 나라니까.

하지만, 중국에서 건너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처하는 우리 정부의 자세는 합격점을 주고 싶다. ‘중국 속국이냐’라는 모진 비난에도 상호주의 원칙을 우직하게 지켜 결과적으로 국익을 지킨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겉으론 굽혔지만 결과적으론 영리한 선택이 돼서다.

정부는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하라”는 청와대 청원에 수십만 명이 몰려갈 때도 후베이성에 국한된 제한적 입국금지 조치를 고수했다. 후베이성 입국금지 역시 미국과 일본보다 한발 늦게 발동시키며 늑장대응이란 비난을 샀다. 불안에 불신이 더해지니 자국민 입장에서 속 터지는 일임은 당연하다. 하지만 미국 질병관리본부(CDC)가 안전 1등급으로 평가하는 “한국의 감염병 대응능력을 믿으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흰소리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문 대통령은 대놓고 말을 못할 뿐 현실적으로 중국 눈치를 봐야 하는 자리에 앉아 있다. 속국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중국과 맞짱 뜰 입장도 못 되니 전략적 선택은 필수다. 자존심이 상해도 어쩔 수 없다. 자고로 체급 차이는 스킬로 극복이 불가능하다 않았던가. 그런 면에서 이번 일만큼은 비난은 리더 몫으로 남기고 실리를 대중에게 돌릴 포석을 둔 수읽기가 빛났다.

중국이 우리의 선택에 감사하는지는 알 바 아니다. 향후 대중 교역에 유리한 영향이 있을지도 아직 모른다. 분명한 것은 만약 우리가 중국 봉쇄 조치에 앞장섰다면 감당 못할 뒷일이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몸만 컸지 밴댕이 속인 왕서방은 아마 때맞춰 나타나준 분풀이 대상을 탈탈 털다 못해 가루로 만들었을 게다.

아쉬운 대목도 있다. 지병인 ‘아군끼리 총질’이 또 도진 마스크 대란은 책임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의학적 근거는 의사끼리 따질 일이고,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해 놓고 유통대란에 손을 놓은 정부의 이중성은 결국 마스크 한 장을 사기 위해 이리 떠돌고 저리 헤매는 꼴을 초래했다.

우리보다 중국 눈치를 더 보면 봤지 못하지 않은 중화권 국가에서도 마스크 대란은 없다. 그야말로 중국의 속국 격인 마카오는 1월 말 갑자기 마스크 유통업체 중 단 한 곳에만 재고가 남아 있는 재앙이 닥치자 즉시 칼을 뺐다.

마카오 정부는 2000만 개의 마스크를 수매한 후 시내 50여 개 약국에 배분했다. 그리고 주민들에게 10일마다 마스크 10매를 구입할 수 있게 했다. 구입할 때는 마카오 주민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을 제시토록 해 자국민 우선주의를 확실히 했다. 가격은 1매에 한국 돈 120원, 마스크가 없거나 돈이 없어 불안에 떠는 마카오 국민은 이날로 사라졌다.

대만도 비슷하다. 한국의 KF94 등급에 해당되는 마스크는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화물이든 손에 들고 타든 마스크는 배나 비행기에 실을 수 없다. 동시에 대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마스크는 전량 정부가 수매해 의료 기관에 배포하고 있다. 편의점이나 일반 약국에서는 살 수 없다. 오직 전국 6500개의 건강보험 지정 약국에서 건강보험카드를 제시해야 구입할 수 있다. 마스크 한 장 값은 우리 돈 200원, 마스크와 관련해 불법행위를 하다 걸리면 벌금 20억 원이다. “건강보험료를 낸 국민의 권리”라고 한다.

곤장을 쳐서라도 사회질서를 잡는 싱가포르는 더 화끈하다. 정부가 모든 가구에 매일 4장의 마스크를 무상 지급한다. 취약 계층이 많은 지역부터 먼저 나눠주고 부자들은 나중에 받는 방식이다. 매일 500만 장이 넘는 마스크를 포장하고 나눠주는 일은 군인들이 맡았다.

곧 홈쇼핑에서 게릴라 판매가 있다고 한다. 한 손엔 리모컨, 다른 한 손엔 전화기를 쥐고 전쟁터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나저나 우린 이 난리인데, 문 대통령님, 매번 쓰고 나오시는 그 마스크는 어디서 사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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