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노 젓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열풍으로 세계인의 관심이 한국영화에 몰리면서 제작에 뛰어드는 창업투자회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 창투사는 영화 배급사의 연간 작품 라인업에 맞춰 투자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18일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영화 배급사는 CJ와 롯데, 쇼박스, NEW가 시장에서 4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배급사가 통상 영화 제작비의 30~40%를 투자하고, 나머지 60~70%는 안정적인 펀딩을 위해 VC나 자산운용사 등을 투자자로 모집하는 방식이다.
투자자로 나서는 VC들은 영화 작품당 투자보다는 배급사 라인업에 따라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모으는 게 일반적이다. 편의성 측면도 있지만 주된 이유는 개별 콘텐츠에 대한 위험도를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극한직업이나 기생충처럼 관객 수 1000만 명이 넘으면서 소위 대박이 나는 작품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손익분기점(BP)조차 넘지 못하는 영화도 나오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이는 라인업 투자가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큐캐피탈파트너스는 결성액 230억 원 규모의 ‘QCP-IBKC컨텐츠투자조합’을 통해 CJ ENM이 배급사인 영화들에 통상 10% 수준의 제작비를 투자하고 있다. 제작비 175억 원이 들어간 기생충에는 15억 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는 120억 원 규모로 조성한 ‘우리은행-컴퍼니케이 한국영화투자조합’을 운용 중이다. 편당 5~6억 원을 투자하지만 작품성과 흥행 가능성이 높은 영화에는 과감한 배팅을 하기도 한다. 기생충에는 이례적으로 12억 원을 투입했다.
210억 원 규모의 ‘부산-롯데 창조영화펀드’를 조성한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역시 KC벤처스와 함께 기생충에 투자했다. 캐피탈원은 240억 규모의 ‘중저예산영화 전문투자조합 2호’를, 레오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는 135억 원 규모의 ‘에스엠씨아이 5호 한국영화펀드’를 각각 조성했다.
대성창업투자의 경우 중저예산 영화 육성을 위한 170억 원 규모의 ‘대성굿무비투자조합’으로 유명하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따듯한 투자를 추구하는 대성창투는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콘텐츠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밖에 미시간벤처캐피탈과 센트럴투자파트너스, 유니창업투자, 이수창업투자 등도 콘텐츠 펀드를 결성해 영화 투자가 활발한 곳들로 꼽힌다.
영화 투자 계약은 통상 5년으로 개봉 후 들어오는 수입을 분기‧반기마다 지분대로 정산하게 된다. 보통 개봉 직전에 투자하고, 극장에서 영화가 내려가면 3개월 이내 1차 정산에 들어간다. 예컨대 제작비 100억 원, BP 300만 명인 영화에 10억 원을 투자한 이후 관람객 600만 명이 모였다면 2배가량의 수익을 거두는 식이다.
VC 관계자는 “그동안 극장 티켓 수입이 대부분을 차지해 1차 정산 때 총수입의 70% 이상이 들어왔다면, 최근에는 IPTV를 통한 다시보기가 활성화되면서 60% 이하로 내려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스오피스 당시에는 흥행이 저조하더라도 긴 호흡으로 가는 트렌드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며 “1000만 관객 히트작이 연이어 나오고 있고 봉준호 감독의 수상 효과까지 발생하면서 한동안 국내 영화 투자는 활황세를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