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현대 사회 적나라하게 표현…당의정 입히고 싶지 않았다"

입력 2020-02-1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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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콜 스콜세지 편지 받아…조금만 쉬고 다시 작품하라더라"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이 19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etoday.co.kr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이 19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etoday.co.kr
"'기생충'은 우스꽝스럽고 코미디 적인 면도 있지만, 빈부 격차의 현대 사회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씁쓸하고 쓰라린 면도 있습니다. 단 1cm도 피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 정면돌파 해야 했고요. 어쩌면, 관객들이 그 부분을 불편해하고 싫어할 수 있지만 그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영화에 '당의정'(糖衣錠)을 입히고 싶진 않았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생충'에 한국 관객들이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봉 감독은 "도발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스토리의 본질은 외면하기 싫었다"면서도 "최대한 우리가 사는 시대에 대해 솔직하게 그리려 한 것은 대중적인 측면에서 위험해 보일 순 있지만 그게 이 영화가 택한 유일한 길이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이 블랙코미디를 기반으로 현실의 이야기를 풀어낸 것은 '기생충'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설국열차', '괴물'에서도 빈부 격차에 따른 양극화가 적나라하게 펼쳐졌다.

봉 감독은 "'괴물'과 '설국열차'에는 SF적 요소가 많지만, '기생충'에는 그런 게 없다"라며 "동시대 이야기이자, 현실에 기반한 분위기의 톤이라 폭발력을 갖게 된 것 아닌가 스스로 짐작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봉 감독과 일문일답.

- 현재 준비하고 있는 두 편의 차기작에도 '봉준호 세계'가 투영되는가.

"준비하고 있는 두 편의 작품은 몇 년 전부터 준비하던 것이다. '기생충'이 어떤 반응을 얻었고,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와 관계없다. 배우, 제작사 등도 평소 하던 대로 평정심을 유지하며 찍은 영환데, 오늘날 예기치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찍은 영화가 아니다. 정성스럽게 만들자는 평상시의 기조가 유지된다고 보시면 된다. 접근방식이 다르거나 그렇지는 않다."

- '기생충' 수상 과정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오스카 캠페인'이 조명받았다.

"후보에 오른 모든 영화가 오스카 캠페인 열심히 한다. 저희는 네온이라는 북미 중소 배급사와 일한다. 게릴라전이라고 할까? 거대 스튜디오나에 비하면 못 미치는 예산으로 하지만, 열정적으로 뛰었다. 송강호 선배는 실제로 코피를 흘리기도 했다. 인터뷰가 600개 이상이었고, 관객과의 대화도 100회 이상 했다.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존재했다. 다른 작품들이 물량 공세를 펼쳤다면 저희는 팀워크로 똘똘 뭉쳐 물량의 열세를 커버했다. 그런 생각도 했다. 저뿐 아니라 다른 노아 바움벡 감독이나 타란티노 감독을 보면, 창작자들이 창작의 일선에서 벗어나 이런 캠페인을 하고, 왜 스튜디오는 이렇게 많은 예산을 쓰는지 약간 이상하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작품을 밀도 있게 검증하는구나 싶었다. 어느 작품의 어떤 면이 뛰어났고, 어떤 사람이 참여했고, 그들은 어떤 식으로 만들었는지 진지하게 점검하는 과정이 5~6개월 동안 있었다. 그게 결국 아카데미에서 오스카로서 피날레 장식하게 된 것이고, 오랜 전통이 있는 과정이었다."

- '로컬'이라고 칭한 것도 아카데미를 도발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는 등 회자됐다.

"제가 처음 캠페인을 하는 와중에 도발씩이나 하겠나. 그냥 질문 내용이 영화제 성격에 관한 것이었고, 칸, 베니스, 베를린은 국제 영화제지만, 아카데미는 미국 중심이라고 비교하다가 쓱 나온 말이다. 그런데 미국 젊은이들이 트위터에 많이 올렸다더라. 제가 전략 가지고 얘기한 건 아니다 대화 와중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다."

- 수상 소감도 계획됐던 것인가. 화제가 됐다.

"유세윤, 문세윤이 패러디 한 것을 봤다. 정말 천재적이다. 최고의 엔터테이너인 것 같다. 오늘 아침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편지를 보내왔다. 몇 시간 전 편지를 읽었는데, 저로서는 영광이다. 개인적으로 보낸 편지라 내용을 말씀드릴 순 없지만, '그동안 고생했고 쉬라'는 내용이 있다. '대신 조금만 쉬어라. 나도 그렇고 다들 차기작을 기다리니 조금만 쉬고 일하라'고 적혀있다. 감사하고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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