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은 21년 만에 현대자동차 이사회 의장에서 내려온다. 등기임원 연임을 포기한 만큼, 미등기임원으로 회장직을 수행한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당장 의장직을 맡을 지는 미지수지만 정관에 모빌리티 사업을 추가한 만큼 관련사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19일 열린 이사회에서 정몽구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정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다음 달 16일로 끝난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은 앞으로 미등기 임원으로서 회장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정 회장이 현대차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면서 등기이사직을 유지한 상장 계열사는 현대모비스만 남게 된다.
정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에서 내려오는 만큼, 후임 의장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삼성처럼 다른 임원이 맡는 방안 등이 함께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9월 부회장에서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정 부회장은 지난해 주총에서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았다.
정 회장이 양적 성장과 품질을 앞세워 회사를 키웠다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경영 전면에서 미래 전략을 주도 중이다.
나아가 현대차는 이날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을 변경해 사업 목적을 확대했다.
현대차는 현재 첨단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으로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모빌리티 △AI(인공지능) △PAV(개인용 비행체) △신에너지 분야 등 미래사업 역량 확보를 위해 2025년까지 2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사업 목적에 모빌리티 등 기타 이동수단과 전동화 차량 등의 충전 사업을 포함했다. 안건은 내달 19일 주주총회를 거쳐 확정된다.
이밖에 현대차는 이번 이사회에서 재경본부장인 김상현 전무를 신규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현재 현대차그룹 상장사 가운데 재무총책임자가 미등기 임원으로 남아있는 곳은 현대차를 제외하면 현대비앤지스틸이 유일하다. 대부분 계열사가 재무본부장을 등기임원으로 선임한 상태다. 재계에서도 대부분 기업의 재무총책임자가 등기임원을 겸하는 중이다.
정몽구 회장은 앞으로 미등기임원으로서 현대차 회장의 역할을 지속하게 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비등기 임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편 이번에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정몽구 회장은 1999년 3월 현대차 이사회 의장 겸 그룹 회장을 맡은 뒤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현대·기아차를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로 키워냈다.
품질경영과 현장경영 철학을 뚝심 있게 밀어붙여 경쟁력을 끌어올렸고 세계 주요 지역에 현지공장을 건설하며 도전해 빠른 성장을 주도했다.
이런 공을 인정받아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Automotive Hall of Fame)에 한국인으로 처음으로 헌액된다. 다만 만 82세(1938년생)인 정 회장은 80대에 접어들면서는 공식 행보를 거의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