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경북지역 확산…생산시설 둔 전자업계, 공장 멈출라 촉각

입력 2020-02-20 10:27 수정 2020-02-2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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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ㆍLG전자ㆍSK실트론, 구미ㆍ울산ㆍ창원 공장 모니터링 강화

▲LG전자 직원이 구미사업장 내 신뢰성시험실에서 포장된 상태의 올레드 TV를 다시 뜯어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LG전자 직원이 구미사업장 내 신뢰성시험실에서 포장된 상태의 올레드 TV를 다시 뜯어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ㆍ경북지역에서 확산하면서 경북에 뿌리를 둔 국내 전자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 공장의 생산차질에 이어 국내에서도 생산이 멈출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감염대응체제 강화에 안간힘을 쏟아붓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임직원 자가격리, 방역 체계 강화, 비상대응계획 돌입 등 비상경영체제에 사실상 돌입했다. 이틀새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면서 경북지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를 보이자 임직원 건강관리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경북과 경남지역은 삼성전자와 LG전자, SK 계열사 등 전자업계 주요 생산라인이 몰려 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경북 구미에 본사를 둔 SK실트론은 심각단계에 준하는 비상대응계획을 마련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실트론은 국내외 주요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을 고객으로 반도체의 핵심 기초소재인 실리콘 웨이퍼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 공급하는 기업이다. 구미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으며 현지 근로자의 수는 약 3200여 명에 달한다.

SK실트론은 이미 지난달부터 회사 출입 시 중국 및 위험 국가와 확진자 이동경로 방문 여부를 확인해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모든 출입구에 열화상카메라를 설치해 출퇴근 시 모든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의 발열상태를 한 명씩 개별적으로 체크하고 있다. 잠복기를 고려해 체온도 전원 일 1회 이상 측정하고 있으며, 매일 무상으로 마스크를 배포, 필수 착용하고 있다.

해당 국가로의 출장과 업무상 회의도 금지 혹은 제한했다. 부득이 한 출장 시에는 귀국 후 약 2주간 재택근무를 하는 등 안전보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생산, 공급의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감염증의 급속한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 제조·기술 등 부서별로 비상경영대응계획을 수립했다. 핵심시설에 대한 운영방안과 더불어 대규모 결근을 대비한 비상계획도 마련 중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31번 확진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 교회가 문이 19일 오전 굳게 닫혀 있다. 뉴시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31번 확진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 교회가 문이 19일 오전 굳게 닫혀 있다. 뉴시스

경북 구미에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둔 삼성전자는 기존 사업장 관리와 방역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임직원이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

경북 구미에 TV 공장과 경남 창원에 생활가전 공장을 둔 LG전자는 사업장별로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열화상 감지 카메라를 적극 활용하고 전임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예방 가이드를 지속해서 배포하고 있다. 특히, 구미 사업장 임직원들에게 개인 위생관리에 더 신경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울산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둔 삼성SDI도 기존 방역 체계를 이어가면서 임직원 건강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코로나19에 따라 생산 차질이 빚어지더라도 이에 대한 매뉴얼 등 위기대응관리 지침을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중국처럼 생산라인이 폐쇄되더라도 단기적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 대부분 정부나 질병관리본부의 권고 또는 지침에 따라 사업장을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내 사업장이 멈추게 되면 중국공장 폐쇄 때보다는 훨씬 더 타격이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공장 가동중단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춘제 연휴기간을 늘리면서 나타난 것으로, 연휴 기간 멈춰있었던 공장의 재개 일정이 연기된 형태다”라며 “그러나 국내 공장은 최악의 경우 오늘 폐쇄될지 내일 폐쇄될지, 아니면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적인 생산이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한 가운데에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대구·경북 지역에 집중된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했을 경우다. 전날 부산지역 대학병원 응급실 3곳은 코로나19 의심 환자 내원으로 긴급 폐쇄됐다가 다시 문을 열었다. SK하이닉스는 신입직원 중 한 명이 대구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것으로 판명되면서 경기 이천캠퍼스에 비상이 걸렸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전경.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전경.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전날 이천캠퍼스 교육장(SKHU)에서 교육받던 교육생 280여 명에 대해 자가 격리 조치를 취하고, 교육장을 폐쇄했다. 확진 의심자가 1차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자 SK하이닉스는 자가 격리자를 800여 명으로 확대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노선이 겹치는 것으로 추정되면 무조건 격리 대상에 추가했다”며 “정부 기준보다 선제적으로 광범위하게 대응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천캠퍼스에서 근무하는 SK하이닉스 임직원은 총 1만5000여 명으로 공장 가동에는 차질이 없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대비한 임직원 건강관리 지침 배포와 방역 체계 강화, 전사업장 열화상 카메라 설치, 확진자 발생에 따른 매뉴얼 등을 갖추는 것 말곤 뚜렷한 대책을 세울 수 없는 상황이다. 기존에 해오던 것을 더 철저하게 하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위기관리 때문에 임직원들에게 특정 종교시설을 다니는지 물어보거나 조사하는 것도 요즘 같은 세상에 말도 안 되는 것이고, 물어본다고 해도 모른다고 하면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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