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으로만 새 아파트를 볼 수 있는 사이버 견본주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마감재나 설비 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는 한계 속에서도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수요자들로 청약시장은 폭발적인 흥행 기록을 쓰고 있다.
20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경기도 수원시 ‘매교역 푸르지오 SK뷰’(팔달8구역 재개발 아파트)는 1074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5만6505명이 몰려들었다. 수원에서 나온 역대 최다 기록이다. 평균 145.7대 1, 최고경쟁률은 227.7대 1(전용면적 99㎡)에 달했다.
타입별 전용면적 기준으로 △59㎡A 160.7: 1 △59㎡B 91.4: 1 △59㎡C 148.4: 1 △74㎡A 96.4: 1 △74㎡B 82.9: 1 △84㎡ 178.8: 1 △99㎡ 227.7: 1 △110㎡ 137.8: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모든 평형이 모집 인원을 크게 넘기며 청약 마감했다.
매교역 푸르지오 SK뷰 단지는 코로나19 사태로 실물 견본주택을 열지 않고 사이버 견본주택으로 홍보를 대체했다. 세대 내 각 실 모형을 3D로 둘러볼 수는 있지만 홍보요원을 통해 단지 배치, 유니트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이나 마감재, 각종 설비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전화 상담 역시 대면 상담보다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는데도 폭발적인 수요가 몰렸다.
총 3063가구 중 1795가구를 일반분양한 이 아파트는 청약경쟁률이 다소 높을 것으로 이미 예상된 곳이다. 초역세권 입지에 세대원 청약이 가능하고, 6개월 뒤 분양권 전매를 할 수 있는 점이 요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견본주택 문을 연 14일 이후 일반분양 1순위를 진행한 전날까지 사이버 견본주택 접속자 수나 상담 콜 수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통상 새 아파트가 분양에 돌입해 실물 견본주택을 열면 주말 방문객 수 통계치를 공개해 해당 단지에 대한 예비청약자들의 관심도를 가늠한다. 하지만 이 아파트 재개발조합이 자칫 과열로 해석될 수 있는 수치가 공개돼 시장의 과도한 관심을 받거나 정부의 추가 대책의 타깃이 될까 수치 공개에 조심스러웠다는 게 분양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업체 ‘호갱노노’ 애플리케이션에선 이 아파트 단지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예측됐다. 단지별 상세정보 페이지 방문자 수에서 이 단지는 ‘전국 주간(2월 10~16일) 1위’를 기록했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방문자 수에선 전날 오후 1시께 1만7613명을 찍었다. 이 시스템이 가동된 이후 최대치다. 지금까지 순간 최다 방문자 수를 기록했던 곳은 서울 서대문구 ‘힐스테이트 홍은 포레스트’(2019년 11월, 1만2896명)였다. 지역 검색 역시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이 1만7000명을 넘어서며 다른 지역 방문자 수를 크게 압도했다.
이 통계에선 매교역 푸르지오 SK뷰와 같은날 사이버 견본주택을 열고 본격적인 홍보에 들어간 경기도 하남시 ‘위례신도시 중흥 S-클래스’도 제법 높은 방문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당분간 분양시장에선 오프라인 견본주택 없이 사이버 모델하우스만 개관ㆍ운영하는 현상이 계속될 전망이다. 21일엔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의 ‘과천 제이드자이’와 대구 중구 ‘청라 힐스자이’가 온라인 견본주택 문을 연다.
다만 사이버 견본주택 운영은 애초에 입지나 선호도가 높아 흥행이 어느 정도 보장된 수도권 단지들에 국한된 얘기라는 시각도 많다. 매교역 푸르지오 SK뷰의 경우 분당선 매교역 초역세권 단지로 입지가 워낙 좋았던 데다 전용 85㎡ 이하 물량 중 60%가 추첨제였다. 위례신도시와 과천 지식정보타운 역시 ‘로또 단지’로 인기가 워낙 높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지방은 수도권 시장과는 달라 건설사들이 다양한 보완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사이버 견본주택으로만 홍보한다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