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스산업 선진화 방안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가스산업 선진화 방안이 향후 도시가스업계에 미칠 파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이달 말이나 10월 초에 가스산업에 도·소매 민간경쟁 체제를 도입해 천연가스 도입가격과 판매가격을 낮추고 가스공사의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내용의 '가스산업 선진화방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특히 기획재정부과 지식경제부가 시점에 대한 차이가 있을 뿐 도소매 동시경재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점에선 비슷한 입장이다.
재정부는 2015년부터 완전 경쟁체제를 도입할 경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신고물량을 도입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 ▲상한 가격 유지 등 가격규제를 병행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가스업계와 전문가들은 도·소매 민간경쟁 체제가 도입될 경우 천연가스 도입가격이 상승하고 가정용 가스요금이 인상될 것을 가장 우려했다. 최근 국제 천연가스시장이 구매자보다 공급자 중심으로 가격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스공급선이 제한된 상태에서 수요만 경쟁적으로 이뤄질 경우 구매 가격 인상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04년 민간기업이 가스공사보다 낮은 가격에 천연가스를 들여올 수 있었던 건 당시 시장이 구매자에게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사정이 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천연가스 시장은 공급자 우위의 시장으로, 당분간 이러한 체제가 지속될 것"이라며 "경쟁체제 도입으로 가스도입 원가가 낮아지기보다는 오히려 구매창구 다원화에 따른 경쟁으로 원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스공사 대형화 방안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지경부는 가스공사가 갖고 있는 세계 최대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국외 자원개발에서 우위를 점할 계획이지만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구매력이 낮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도·소매 경쟁체제가 갖춰지면 가정용 가스요금이 대폭 오르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가정용은 겨울에 수요가 집중되기 때문에 최대사용량에 대비한 저장시설을 구축하려면 많은 비용이 소요돼 원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또한 LNG(액화천연가스) 대향 수요처를 개방되면 도입도매사업자(가스공사 등)의 소매진출이 급속도로 진행돼 소매사업자의 부담이 가중되고 수직적 결합에 따른 불공정거래에 해당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도시가스사 관계자는 "도입도매사업자들이 신규 소매시장에 진출할 경우 이들은 양질의 소비자만을 선별해 공급하고자 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선택권이 없는 대다수의 소규모 소비자들은 경쟁의 혜택에서 소외되고 오히려 요금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가 발생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가스시장 유통체계의 혼란도 예상된다. 만약 현재와 같은 지역책임공급제가 폐지되고, 대량수요처에 경쟁체제가 도입될 경우 지방의 중소도시가스사는 연쇄 도산과 소매도시가스사에 대한 인수합병(M&A) 확산으로 국내 가스산업 유통체계에 일대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키 어려운 실정이다.
정희용 도시가스협회 기획팀장은 "경쟁체제에 따른 소비자요금 인상, 소외지역에 대한 공급중단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점에 관한 충분한 검토와 도입도매부문의 실질적 경쟁여건 조성 후에 소매시장에 대한 순차적 경쟁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