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 코로나19 손실 커지는데...'사업중단 보험'은 무용지물

입력 2020-02-2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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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항목에서 ‘감염병’을 특약으로 빼 -사업중단 커버하려 든 보험 무용지물

▲초록색:부동산과 재해보험/회색:S&P글로벌1200 전체/연녹색:호텔, 레스토랑, 레저/올리브색:항공
출처:WSJ
▲초록색:부동산과 재해보험/회색:S&P글로벌1200 전체/연녹색:호텔, 레스토랑, 레저/올리브색:항공 출처:WSJ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 확대로 글로벌 기업들의 사업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이런 상황을 대비해 가입한 보험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 사태 때 비싼 수업료를 치른 보험사와 재보험사들은 사태 재발을 가정해 미리 보험을 들어뒀다. 보험사들이 제공하는 ‘사업중단 보험’ 대상에서 ‘감염 확산’ 항목을 없애거나 특약으로 빼 주로 화재나 테러, 자연재해에 대한 피해만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들의 이 같은 조치는 ‘사스 트라우마’ 때문이다. 당시 사스 발병지인 홍콩에서의 사업중단 보험 청구액은 3억2500만 홍콩달러(약 505억 원)에 달했다. 고급 호텔을 운영하는 만다린오리엔탈인터내셔널 1곳에서만 보험사들로부터 챙긴 보험금이 총 1600만 달러(약 193억 원)였다.

중국에서 ‘KFC’와 ‘피자헛’을 운영하는 패스트푸드 대기업 얌차이나 대변인은 “우리가 계약한 보험사는 사스 유행 이후 보상 범위에서 세균 감염이나 바이러스 감염 확대를 제외한다는 특별조항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얌차이나는 현재 중국 매장의 약 30%를 닫아 1분기 영업적자가 확실시되고 있다.

로펌 클라이드앤컴퍼니의 사이먼 맥코넬 변호사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손실은 끔찍한 규모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며 “만일 모든 경제적 손실이 보험 대상이 된다면 보험사 자체가 상업적으로 실행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험 브로커 윌리스타워스왓슨의 닐 토머스 아시아 보험료 청구 부문 책임자는 “보험사는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 보험을 제공하는 게 업(業)”이라며 “정량할 수 없는 사건의 최전선에 몸을 노출시키려는 보험사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코로나19는 사스를 웃도는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2일 시점에 확진자 수는 7만6392명, 사망자 수는 2348명에 이른다. 사스 유행 당시 감염자 수는 약 8000명, 사망자 수는 800명 미만이었다.

경제적 손실도 사스 때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 세계은행(WB)은 사스가 세계 경제에 미친 경제적 영향이 540억 달러였다고 추산했다. 이에 대해 차이나르네상스증권은 “코로나19는 중국 서비스 부문에 대한 충격만으로도 1분기 국내총생산(GDP)을 4740억 위안(약 81조 원)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보험사들은 공중보건 위험을 커버하는 고액의 추가 보상도 제공하는데, 여기에는 엄격한 조건이 붙는다. 감염자로 인해 폐쇄한 경우에만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것이다. 미국 윈리조트와 라스베이거스샌즈는 코로나19 때문에 마카오 카지노를 15일간 폐쇄했는데, 폐쇄 후 감염자가 나오지 않아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보험이 무용지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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