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부담이 커진 주총 준비에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주총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미원화학은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면서 올해 주총 시즌 개막을 알린다.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내달 18일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 및 사내이사 선임 안건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같은 달 19일, LG생활건강은 20일 주총을 소집하기로 했으며 SK텔레콤은 26일, 셀트리온은 27일에 각각 주총을 연다.
또 내달 24일에는 코스피 상장사 39곳, 코스닥 상장사 266곳 등 305곳의 상장사가 한꺼번에 주총을 개최한다.
특히 내달 25일 예정된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주총이 주목받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의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 회장이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올해 주총에서는 상장사들이 당장 임기 제한을 넘긴 사외이사들의 후임을 구해야 해 구인난이 예상된다. 최근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상장사 사외이사의 임기가 최대 6년(계열사 합산 9년)으로 제한된 탓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새 사외이사를 뽑아야 하는 상장사는 566개사이고 새로 선임해야 하는 사외이사는 718명이다. 이중 중견·중소기업이 494개사(87.3%), 615명(85.7%)으로 대부분이다.
또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5% 룰'이 완화되면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입김이 세진 것도 올해 주총의 특징이다.
종전까지는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투자자가 적극적인 주주 활동에 나설 경우 지분 보유 목적이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으로 분류돼 지분 변동 사항을 상세히 밝혀야 했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지분 보유 목적에 '일반 투자 목적'이 신설되면서 배당이나 보편적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주 활동의 경우에는 월별로 약식 보고만 하면 되는 것으로 제도가 바뀌었다.
이에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대한항공 등 국내 상장사 56곳에 대한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 목적'에서 '일반 투자 목적'으로 변경한 바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코로나19가 국내에서 급격히 퍼지면서 주총 준비에 더욱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주주총회 참여율이 저조한데 전염병 불안이 겹치면서 의결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중국에 자회사를 둔 회사의 경우에는 회계감사에도 지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업은 정기 주주총회 개최 4주 전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와 감사인에게 연결 재무제표를 제출해야 하는데, 최근 중국 현지 업무가 마비되면서 결산에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상장협과 코스닥협회는 회원사를 상대로 긴급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관련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재무제표 및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을 연장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금융위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