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 ‘전관특혜’ 전문직의 민낯

입력 2020-02-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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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前官禮遇)라는 말이 있다. 공무원으로 재직한 후 갓 퇴직한 사람이 동종 업계에 종사하게 되는 경우 현직에 있는 후배가 일정 기간 선배에 대한 예우를 해주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행태는 위·적법 여부를 떠나 오랫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왔지만, 최근에는 폐단이 많은 관례라는 지적과 함께 점차 법으로 제한되고 있는 추세다.

전관예우의 가장 큰 문제는 불신에 있다. 전현직 공무원이 학연, 지연, 혈연 그리고 직연 등으로 이어진 인연이라면 사건의 경중을 떠나 공정한 판단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전관예우를 통해 부를 축적한 이들의 행태도 문제다. 현직에 있을 때는 타의 모범이 되었던 이들이 퇴직한 후에는 교묘한 수법으로 소득을 누락시키고, 급기야는 탈세 혐의를 받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국세청은 최근 지능적‧편법적으로 납세 의무를 회피한 의혹이 짙은 세무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과 불공정 탈세혐의가 있는 사업자 138명을 상대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세무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고위 공직자로 퇴직 후 고액의 수입을 올리면서도 정당한 세부담을 회피하는 전관특혜 전문직이 무려 28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자의 탈루 혐의도 다양하다. 국세청에 따르면 A 법인은 다양한 분야의 고위직·유명인 위주로 전관 변호사·세무사 등 수십 명을 지속적으로 영입한 후 전관의 퇴직 직전 기관에 대한 사적관계 및 영향력을 이용하면서 공식 소송사건 외의 사건수수료(전화 변론, 교제 활동 주선 등)를 신고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전관 출신 전문직 대표자 B 씨는 증빙을 요구하지 않는 일반인에 대한 매출액은 신고 누락하고,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후 거래도 없이 거짓 세금계산서 약 10억원을 수취하는 방식으로 거짓 경비를 만들면서 소득세 탈루 및 탈루소득으로 강남 일대 다수의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두고, 오죽하면 국세청이 비정기 세무조사에 나섰겠느냐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름 석자 대면 누구나 흔히 접할 수 있는 이들이 이번 세무조사 대상자에 포함된 것은 향후 어떠한 경우라도 전관특혜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고스란히 녹여든 것으로 풀이된다.

전관특혜 의혹과 함께 부를 축적한 이들에 대한 조사는 대부분 다음 달이면 종결될 예정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연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 강경한 입장이다. 전관 여부를 떠나 조사대상자 본인은 물론 가족 등 관련인의 재산형성 과정과 편법증여 혐의 등에 대한 자금출처조사를 병행하는 한편 탈루 자금흐름을 역추적하는 등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조사과정에서 차명계좌 이용과 이중장부 작성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탈세는 범죄다. 하물며 사회에서 솔선수범해야 할 전직 판사나 검사, 고위공직자들이 전관예우를 방패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면서도 탈세를 일삼는 것은 사회정의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전관특혜 전문직에 대한 국세청의 이번 세무조사를 응원한다. 또한 이번 세무조사가 일회성에 끝나지 않고, 주기적으로 전관특혜 전문직에 대한 세무검증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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