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 19가 드러낸 리더십 민낯…입 막는 중국·귀닫은 일본

입력 2020-0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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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효선 국제경제부 기자

영웅은 난세에 나온다고 했다. 혼란스럽고 어두운 시기일수록 리더십이 더 빛난다는 말이다. 반대로 말하면 난세는 평온할 땐 잘 드러나지 않던 리더십의 부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병명의 난세가 등장하면서 각국의 리더십이 휘청이고 있다. ‘절대권력’으로 불리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마저 궁지에 몰렸다. 철저하고 정밀한 시스템으로 유명한 일본도 전례 없는 바이러스 비상상황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중국의 피해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를 훨씬 넘어섰고, 일본에 정박한 크루즈선에는 수백 명의 탑승자들이 무더기로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하지만 방역 실패는 시작일 뿐이었다. 자신의 실패를 마주하는 태도가 말 그대로 그들의 ‘리더십 부재’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난세의 순간이었다. 중국은 입을 막았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렸다가 유언비어 유포자로 몰려 경찰의 처벌을 받아야 했던 의사 리원량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한의 암울한 현장 상황과 당국의 대응을 비판하는 영상을 올린 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 독재 비판 영상 등을 올린 의류 판매업자 출신 시민기자 팡빈 등 당국에 쓴소리했던 인물들은 실종되거나 연락두절 상태다.

반면 일본은 귀를 막았다. 현재 일본 안팎에서는 크루즈선의 감염 방지 태세가 엉성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감염 예방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채 선내 격리시킨 것이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세계보건기구(WHO)도 평가하고 있다(의의나 가치를 인정한다)”라며, 자국의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긍정적으로 자평했다. 자국 내 감염자가 700명이 넘는 국가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국내에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면서 전 세계의 시선이 대한민국으로 쏠리고 있다. 이번 난세가 ‘영웅’ 탄생의 시작점이 될지,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는 순간으로 끝날지는 우리 정부의 손에 달렸다. 부디 코로나19 사태만큼이나 무서운 것이 ‘리더십의 부재’라는 것을 기억하고, 주변국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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